현대상선의 대북 2억달러 송금 사건을 둘러 싸고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의혹은 북한에 송금된 자금이 어느 정도이며, 누구의 주도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전달됐느냐에 모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실체가 밝혀진 것은 없다. 특히 이번 파문의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의 성격과 용도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용, 현대사업용, 양자 겸용 등 다양한 주장과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이사건은 지금까지언론이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총론적 진상은 그릴 수있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난 자금은 정황상 5억달러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송금 과정에서의 역할은 김대중 대통령이 `초법적'' `통치권'' 차원이라고 언급한 만큼 적어도 `청와대 관여''로 해석할 수 있다. 송금 경로 역시 국정원의 편의를 받아 외환은행에 개설된 국정원 계좌를 통해 홍콩의 중국은행과 마카오에 개설된 북한 기업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북 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용이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은 `억지''로 봐야 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정상회담하는데 쓰라고 수천억원을 대주는 것은 상식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정황은 실체적 진실과 먼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왜 `전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일단 가정해 보자. 송금한 2억달러가 김정일 국방위원당 개인 구좌에 들어갔다면, 그리고 비밀로 하자고 약속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정일 위원장도 통치자금이 필요한 입장이니 개연성은 다분하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된다면 북한은 `약속을 저버린 남측과의 대화도, 대북교류협력사업도 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도 있다. 현대는 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설이긴 하지만 정설이 되는 예가 없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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