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된데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대선의 공정한 관리와 중립 의지만을 거듭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이번 대선을 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하게 치를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선숙 대변인은 “대통령의 중립 의지를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개별 후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정치권이 더 이상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선에 끌어들여선 안된다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대통령 때리기''가 이미 경고의 수준을 넘어선데다 이를 제어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데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후보 단일화를 `부패정권 연장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청와대 개입 및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 후보를 겨냥, “ＤＪ후계자 선발전에서 우승한 후보”라는 막말도 서슴치 않고 있다. 바로 대통령을 때리면 때릴수록 노 후보의 지지도가 반감될 것이라는 작용-반작용을 노린듯 하다. 대선 쟁점을 `부패 무능 정권 심판''으로 단순화한 것도 준비된 계산이라 할 수 있다.
27일 후보 등록과 함께 대선이 본격화되면 대통령을 몰아 세우는 파상공세는 도(度)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사사건건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대선 열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정략적인 `대통령 흔들기''라면 표심(票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면 말고'' 식은 부메랑을 자초하는 일이다. 근거없이 제기한 청와대 개입설이 한나라당에게 득(得)이라면 오산이다.
/신항락<서울지사 취재부장>hlshi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