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직장협의회(회장 김재현)가 최근 `중요한''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임원회의를 열었다.
갑작스런 직협의 회의 소집에 모두들 의아해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청내 인사를 앞두고 직협이 공정성과 객관성 촉구 등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날 회의에는 직협 임원 10명 전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상정된 것은 `직협 명의로 기증 받은 레저용 자전거 활용방안''이라는 단일 안건이었다. 자전거를 기증한 측은 시청 내 `마라톤동호회''(회장 홍안희). 광주시청 마라톤 동호회원 30여명은 지난달 `제1회 무주 반딧불 환경마라톤대회''에서 최우수 단체상을 수상했는데, 부상으로 받은 자전거를 “좋은 곳에 써달라”며 직장협의회에 맡겼던 것이다.
참석자들은 숱한 논란 끝에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직협은 여성정책과에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학생''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여성정책과는 광산구청에 이런 뜻을 전달했다.
추천된 소년가장은 늙은 할머니를 홀로 모시고 사는 양영웅(11·광산 평동초등학교 4년)군. 양군은 이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 최선책을 찾으려는 공무원들의 따뜻한 마음은 세상살이가 버거운 소년가장에게 큰 힘을 주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하찮은 자전거 한 대는 시청 내에 자그마한 화제가 됐다. 마라톤동호회→직협→여성정책과→광산구청으로 이어진 `릴레이'' 과정에서 단합·봉사·민주성·합목적성이 잘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민원이나 인허가를 다루는 광주시 행정도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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