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스며든다] “치매는 관리 아닌 존중 대상” 배우고 실천하는 ‘치매 이해’
2025년 08월 12일(화) 08:20 가가
(8) 日 후쿠오카 ‘치매 프렌들리 센터’
‘치매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비전
2018년 치매 프랜들리 시티 프로젝트 시작
휴머니튜드 교육·친화 디자인·기업 협력
3대 축 일상 전반 아우르는 종합 전략 추진
“치매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일”
눈맞춤·부드러운 접촉·천천히 말하기 등
‘치매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비전
2018년 치매 프랜들리 시티 프로젝트 시작
휴머니튜드 교육·친화 디자인·기업 협력
3대 축 일상 전반 아우르는 종합 전략 추진
“치매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일”
눈맞춤·부드러운 접촉·천천히 말하기 등
“치매 어르신과 대화할 때는 눈높이를 맞춰주세요. 친절하자는 것이 아니라 치매 어르신들은 시야가 좁아 눈을 맞추지 않으면 인지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쿠오카시 중앙구 ‘치매 프렌들리 센터’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 알려주는 내용이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6월 19일 찾은 이곳에서는 젊은 사회복지사부터 가족을 돌보기 위해 찾아온 노인까지 20여명의 다양한 시민들이 가득 채웠다.
도우 가즈히로 센터장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큰소리로 인사를 연습하고, 옆사람과 눈을 맞추며 손을 잡는 스킨십을 반복했다. 처음엔 어색하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고 웃음이 번졌다.
이날 진행된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의 핵심은 프랑스에서 개발된 돌봄 기법 ‘휴머니튜드(Humanitude ⓡ)’였다.
인간(human)과 태도(attitude)를 합친 이 개념은 치매 환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존중해야 할 사람’으로 대하는 방법이 주요 내용이다.
눈 맞춤, 부드러운 접촉, 천천히 말하기 등 구체적인 기술을 통해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돕는다는 것이다.
가즈히로 센터장은 “이 방법은 치매 환자의 공격적 행동을 줄이고 돌봄 현장의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2시간 가량의 짧은 교육만으로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시의 치매 이해 교육은 가족이나 의료·돌봄 종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23년부터는 시내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중학교까지 범위를 넓혔다.
강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거나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은 치매의 특성과 소통법을 배우고 간단한 실습도 경험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치매 가족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고, 치매 환자의 위협적인 행동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힘도 기른다.
가즈히로 센터장은 “아이들이 치매를 배운다는 건 미래의 공존을 배우는 일”이라며 “치매를 ‘먼 병’이 아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상태’로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휴머니튜드 교육은 경찰·소방 등 현장 공무원들에게 적용됐을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이 센터장의 조언이다.
모든 구급대원이 교육을 받은 뒤 치매 환자 이송 시간이 짧아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낯선 사람과 환경을 극도로 경계하는데, 구급대원들이 이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면서 이송이 한층 수월해지는 효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의사회가 운영하는 의료 분석 플랫폼 ‘Jmap’에 따르면 후쿠오카시 인구는 2023년 기준 163만여명이며 고령화율은 21.3%다. 일본 평균(2024년 기준 29.3%)보다는 낮지만, 치매 유병자는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후쿠오카시는 ‘100세 시대’에 대비해 전 세대가 치매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10년 35세의 나이로 처음 시장에 당선돼 4선째를 이어가고 있는 다카시마 소이치로 시장은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를 비전으로 내걸고 ‘후쿠오카 10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 단계가 2018년 출범한 ‘치매 프렌들리 시티 프로젝트’다. ‘휴머니튜드 교육 확산’, ‘치매 친화 디자인 도입’, ‘당사자·기업 협력(오렌지 파트너스)’을 3대 축으로 삼아 교육·환경·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3년 9월 문을 연 ‘치매 프렌들리 센터’는 정책 실행의 중심지다. 이곳에서는 치매 당사자가 직원으로 근무하며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기업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한다. 또 국내외 방문객에게 개방돼 견학과 시찰을 통한 정책 공유의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가즈히로 센터장은 “치매 친화 문화는 특정 집단만의 노력으로는 안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함께 배우고 실천해야 비로소 효력을 발휘한다”며 “후쿠오카는 그 일환으로 학교, 기업, 상점, 공공기관 등 모든 생활 공간에 치매 이해와 대응이 스며들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치매를 ‘특별한 병’으로 여기지 않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치매가 있더라도 존엄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후쿠오카=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사진=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일본 후쿠오카시 중앙구 ‘치매 프렌들리 센터’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 알려주는 내용이다.
도우 가즈히로 센터장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큰소리로 인사를 연습하고, 옆사람과 눈을 맞추며 손을 잡는 스킨십을 반복했다. 처음엔 어색하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고 웃음이 번졌다.
이날 진행된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의 핵심은 프랑스에서 개발된 돌봄 기법 ‘휴머니튜드(Humanitude ⓡ)’였다.
눈 맞춤, 부드러운 접촉, 천천히 말하기 등 구체적인 기술을 통해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돕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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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들리센터 내부에 환자들이 인지하기 쉬운 픽토그램과 숫자가 부착돼있다. |
지난 2023년부터는 시내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중학교까지 범위를 넓혔다.
강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거나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은 치매의 특성과 소통법을 배우고 간단한 실습도 경험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치매 가족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고, 치매 환자의 위협적인 행동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힘도 기른다.
가즈히로 센터장은 “아이들이 치매를 배운다는 건 미래의 공존을 배우는 일”이라며 “치매를 ‘먼 병’이 아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상태’로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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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치매 환자를 위해 음성안내 등이 설치된 ‘치매 친화 가스레인지’. |
모든 구급대원이 교육을 받은 뒤 치매 환자 이송 시간이 짧아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낯선 사람과 환경을 극도로 경계하는데, 구급대원들이 이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면서 이송이 한층 수월해지는 효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의사회가 운영하는 의료 분석 플랫폼 ‘Jmap’에 따르면 후쿠오카시 인구는 2023년 기준 163만여명이며 고령화율은 21.3%다. 일본 평균(2024년 기준 29.3%)보다는 낮지만, 치매 유병자는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후쿠오카시는 ‘100세 시대’에 대비해 전 세대가 치매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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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타일에 대비를 줘 변기와 벽을 인식하기 쉽도록 한 디자인. |
2023년 9월 문을 연 ‘치매 프렌들리 센터’는 정책 실행의 중심지다. 이곳에서는 치매 당사자가 직원으로 근무하며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기업은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한다. 또 국내외 방문객에게 개방돼 견학과 시찰을 통한 정책 공유의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가즈히로 센터장은 “치매 친화 문화는 특정 집단만의 노력으로는 안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함께 배우고 실천해야 비로소 효력을 발휘한다”며 “후쿠오카는 그 일환으로 학교, 기업, 상점, 공공기관 등 모든 생활 공간에 치매 이해와 대응이 스며들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치매를 ‘특별한 병’으로 여기지 않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치매가 있더라도 존엄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후쿠오카=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사진=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