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유물·고미술·현대예술 1만점…일상 속 ‘예술 있는 삶’ 선사
2025년 05월 25일(일) 19:20 가가
[(5) 광주 광산구 ‘동곡뮤지엄’]
2020년 개관…광산구 최초 사립미술관
학생 접근성 위해 보문고교 초입에 건립
조선시대 도자기, 유명 작가 서양화·서예 등
공립박물관 부럽지 않은 희귀 소장품 ‘압권’
올 광복 80주년 기념 6월까지 ‘안중근 유묵전’
보문문화재단, 매년 기획전·교육 프로그램 다채로워
2020년 개관…광산구 최초 사립미술관
학생 접근성 위해 보문고교 초입에 건립
조선시대 도자기, 유명 작가 서양화·서예 등
공립박물관 부럽지 않은 희귀 소장품 ‘압권’
올 광복 80주년 기념 6월까지 ‘안중근 유묵전’
보문문화재단, 매년 기획전·교육 프로그램 다채로워
광주 광산구에 자리한 동곡뮤지엄(관장 김대환)은 여느 미술관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은 보문고등학교 초입에 들어선 데다 널찍한 공간과 야외조각공원까지 품고 있어서다. 특히 가치를 헤아리기 힘든 희귀한 유물과 미술품들을 다수 소장해 많은 미술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말이 동네미술관이지, 컬렉션이나 규모는 웬만한 공립박물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고조선시대 청동검에서부터 조선시대 도자기 등 유뮬 1000여 점, 근대사 자료, 김환기 드로잉 100여점, 오지호, 황영성, 우제길 등 서양화 500여점, 허백련, 허건, 허형 등 한국화 및 서예 500여점 등 1만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광산구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광주 도심과의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문화복지의 현장이다.
이는 수십년 간 선조들의 얼이 담긴 유물과 고미술품을 수집해 온 정영헌 보문문화재단 이사장의 메세나 정신이 이뤄낸 성과다. 지난 2020년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시설이 드물었던 광산구에 미술관을 개관한 이후 지난 5년간 굵직한 기획전으로 주민들의 ‘예술이 있는 삶’을 가꿔가고 있다.
◇지상 3층, 300평 규모로 건립
300평 규모에 지상 3층 건물인 동곡뮤지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곡미술관(1·2층)과 동곡박물관(3층)으로 이뤄진 ‘한지붕 두가족’이었다. 하지만 올해 개관 5주년을 계기로 정 이사장의 뜻에 따라 미술관과 박물관을 합친 ‘동곡뮤지엄’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제2의 도약에 나섰다. 미술관이 새로운 비상을 꿈꾸며 내놓은 기획전은 ‘한국의 금속문화유산 오천년’(3월29일~6월29일)이다.
먼저, 3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마치 국립광주박물관에 온 듯한 수준높은 금속 공예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고구려 금관, 신라 금동관, 가야 금동관 등의 진귀한 유물들 앞에 서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시장 안쪽 공간에 엄선된 6점의 유물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을 비롯해 ‘모란무늬 받침잔’, ‘향완’, ‘금속활자’, ‘금동관’, ‘금관’ 등이다. 그중에서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건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銀製鍍金蓮花折枝紋瓜形甁)이다. 고려시대 은판으로 제작된 꽃병으로 국내 단 한 점만 전해오는 유일한 유물이다. 참외모양의 외관과 정교한 문양은 당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역사적 가치 높은 유물, 미술품 한자리에
유물 가운데 ‘고구려 불꽃모양 장식 금관’도 눈에 띈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문양과 형태는 우리 선조들의 예술적 심미안을 보여준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조형은 당대 금속 세공 기술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기존의 유물과 소장가들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동곡 뮤지엄 2층에 상설 전시중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유묵’(3월1일~6월 29일, 안중근 특별전)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의미있는 전시다. 선친의 영향을 받아 조상들의 삶과 정신이 깃든 유물을 수집해온 정 이사장의 컬렉션 가운데 상당수가 고미술과 유물일 만큼 한국의 역사와 미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안중근 의사의 삶과 업적 외에도 그의 정신과 사상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안 의사 순국 115년을 기리기 위해 그의 동양평화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유품·서적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광복 80주년 기념 안중근 유묵전
이번 특별전에 공개된 작품에는 ‘끽소음수락재기중(喫蔬飮水樂在其中)’이라는 글이 포함돼 의미를 더한다. 이는 “나물 먹고 물 마시니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라는 뜻으로 공자의 ‘논어’에서 따온 구절이다. 이 문구는 안중근 의사의 소박한 삶에 대한 동경과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유묵 아래 찍힌 안 의사의 손바닥 낙관은 깊은 울림을 준다. 손가락 마디와 움푹 팬 손바닥의 음영에선 대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버릴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밖에 전시실에는 순국 당일 어머니가 지어주신 수의를 입고 있는 안 의사의 모습을 비롯해 부인과 아들 사진, 부친 안태훈과 동생들 모습, 모친 조마리아 등 가족과 관련된 사진도 다수 비치돼 있다.
◇전문가 위촉 ‘운영위원회’ 등 내실 다져
동곡뮤지엄은 현대미술과의 콜라보에서도 빼어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전시 리스트를 살펴 보면 한국의 역사적 가치와 유물 등에 관한 기획전이 눈에 띈다. 지역 문화예술기관이나 청년예술가와의 네트워크에도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과 한―이탈리아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파빌리온 전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비엔날레 기간동안 동곡뮤지엄은 ‘외로움의 지형학’이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신진작가인 레베카 모치아의 작품을 통해 ‘외로움’의 감정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특별전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동곡뮤지엄은 볼거리가 많다. 2개의 상설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고조선시대~조선시대 유물 150여 점과 옛 조상들의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상여·꼭두전이다. 옹관부터 아기상여, 120여점 등 기존의 작품과 함께 조선시대 상여 1점과 인물꼭두 70점 등이 선보여 흥미롭다. 미술관을 나오면 보문고등학교와 미술관 사이에 유명 조각가의 브론즈 동상과 조형물 등 40여 점으로 꾸며진 야외조각공원이 기다린다.
동곡뮤지엄은 보문문화재단의 사회공헌일환으로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개의 기획전과 상설전, 지역 학생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대학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사립미술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외부 전문가 8명을 위촉한 ‘기획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미술관의 역할을 고민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동곡뮤지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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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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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무늬 청동차화로 |
전시장 안쪽 공간에 엄선된 6점의 유물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을 비롯해 ‘모란무늬 받침잔’, ‘향완’, ‘금속활자’, ‘금동관’, ‘금관’ 등이다. 그중에서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건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銀製鍍金蓮花折枝紋瓜形甁)이다. 고려시대 은판으로 제작된 꽃병으로 국내 단 한 점만 전해오는 유일한 유물이다. 참외모양의 외관과 정교한 문양은 당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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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보문고등학교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동곡뮤지엄 전경. |
유물 가운데 ‘고구려 불꽃모양 장식 금관’도 눈에 띈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문양과 형태는 우리 선조들의 예술적 심미안을 보여준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조형은 당대 금속 세공 기술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기존의 유물과 소장가들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동곡 뮤지엄 2층에 상설 전시중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유묵’(3월1일~6월 29일, 안중근 특별전)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의미있는 전시다. 선친의 영향을 받아 조상들의 삶과 정신이 깃든 유물을 수집해온 정 이사장의 컬렉션 가운데 상당수가 고미술과 유물일 만큼 한국의 역사와 미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안중근 의사의 삶과 업적 외에도 그의 정신과 사상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안 의사 순국 115년을 기리기 위해 그의 동양평화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유품·서적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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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상설 전시중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유목전’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시다. |
이번 특별전에 공개된 작품에는 ‘끽소음수락재기중(喫蔬飮水樂在其中)’이라는 글이 포함돼 의미를 더한다. 이는 “나물 먹고 물 마시니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라는 뜻으로 공자의 ‘논어’에서 따온 구절이다. 이 문구는 안중근 의사의 소박한 삶에 대한 동경과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유묵 아래 찍힌 안 의사의 손바닥 낙관은 깊은 울림을 준다. 손가락 마디와 움푹 팬 손바닥의 음영에선 대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버릴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밖에 전시실에는 순국 당일 어머니가 지어주신 수의를 입고 있는 안 의사의 모습을 비롯해 부인과 아들 사진, 부친 안태훈과 동생들 모습, 모친 조마리아 등 가족과 관련된 사진도 다수 비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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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조각공원에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
동곡뮤지엄은 현대미술과의 콜라보에서도 빼어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전시 리스트를 살펴 보면 한국의 역사적 가치와 유물 등에 관한 기획전이 눈에 띈다. 지역 문화예술기관이나 청년예술가와의 네트워크에도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과 한―이탈리아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파빌리온 전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비엔날레 기간동안 동곡뮤지엄은 ‘외로움의 지형학’이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신진작가인 레베카 모치아의 작품을 통해 ‘외로움’의 감정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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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장례식에서 사용됐던 상여. |
동곡뮤지엄은 보문문화재단의 사회공헌일환으로 매년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개의 기획전과 상설전, 지역 학생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대학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사립미술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외부 전문가 8명을 위촉한 ‘기획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미술관의 역할을 고민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동곡뮤지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