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적으로 수학이 다른 과목보다 호불호가 심한 이유는?
2025년 03월 28일(금) 00:0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9가지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서수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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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끌리는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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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 인간의 고질적인 편견을 완화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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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은 ‘상대보다 우위에 서는 전략’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
갈라스 박사는 컴퓨터에 여러 대 가상 엘리베이터를 설정했다. 그리고는 건물 각 층에서 무작위로 사람들이 타게 했다. 엘리베이터 1번은 2번보다 앞서 운행을 한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먼저 온 1번에 타려고 시간이 다소 걸린다. 늦게 온 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승강기에 오르면서 시간은 더 지체된다.
위는 출발 시간이 다른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거의 비슷한 층에 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 같은 사례는 백화점이 일부러 고객을 골탕 먹이기 위해 승강기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는 동기화 현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오늘의 시대를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과도한 경쟁과 실패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책의 59가지 실험의 상당 부분이 위로와 공감에 연결되는 이유다.
하나하나의 질문은 이색적이면서도 호기심을 끈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왜 끌릴까?’ ‘뇌과학적으로 수학이 다른 과목보다 호불호가 심한 이유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뇌과학적으로 위험한 까닭은?’, ‘미래 세대에게 안정적으로 자산을 대물림하려면 현재 내 몫의 얼마를 물려줘야 할까?’ 등의 질문은 적잖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나드야 리히터 박사 연구팀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 왜 일어나는지 실험으로 증명했다. 5세 어린이에게 96명 사진을 보여주고 호감이 가는 얼굴을 선택하게 했다. 물론 낯선 사람의 사진이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은 합성기술를 매개로 자기 얼굴 특징이 50%가 반영됐다. 어린이가 자기와 닮은 사진을 고른 비율은 다른 것에 비해 무려 30%나 높았다.
나드야 리히터 박사는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는 것은 진화의 생존전략이라고 봤다. 뇌는 본능적으로 ‘미지의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다. 낯선 이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아는 사람(예컨대 자기 얼굴), 또는 유사한 면이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것은 그런 연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은 다음의 사례를 접하고 나면 칭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벤체나네 박사팀의 ‘뇌를 조작해 취향 바꾸기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칭찬받는 아이들이 그 결과를 가져온 행동의 빈도를 늘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이들은 칭찬을 기대하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한다. 교육적 관점에서 강화는 긍정적인 기제다. 반면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 같은 ‘훈육’은 “단순히 쾌감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칭찬이 인간미 넘치는 행위이긴 맞지만 ‘뇌의 보수계 자극으로 인한 습관화’라는 “기계적인 뇌의 반사 반응을” 촉발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사례들을 읽다 보면 개인과 집단의 내면에 드리워진 욕망과 니즈의 실체를 인식하게 된다. 뇌과학 기반의 심리학이 인간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조율하는지 차분히 생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사람과나무사이·1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