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시설을 나서다, 김남희 외 7인 지음, 유승하 외 그림
2025년 03월 21일(금) 00:00 가가
“시설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시설에서 정해준 것만 하면 되니까요. 먹고 싶은 걸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어차피 먹을 수 없으니까요”
시설에서 인권침해와 학대가 발생해도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시설을 바꿀 뿐이다. ‘장애인들은 혼자 살 능력이 없으니 시설에서 사는 것이 최선이다’, ‘탈시설은 장애인 가족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시설 말고 대안이 없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머무는 현실에 대한 합리화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변화를 가로막는다. 과연 탈시설은 그저 유토피아적 상상에 불과할까.
김남희 국회의원과 김유미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등 8명은 최근 발간한 ‘장애, 시설을 나서다’에서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책은 시설의 기원과 역사, 외국의 탈시설 사례, 정책적 대안 등 탈시설 전반을 샅샅이 훑는다.
전국의 2만8000여명 장애인들이 장애인거주시설이라 불리는 곳에서 집단 생활을 하고 있다.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기회도 거의 없이 시설에서 ‘관리’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지원하되 책임지지 않는’ 태도라고 일갈한다.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단순히 탈시설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실현 가능한 정책을 주장한다. 캐나다·뉴질랜드·미국이 시설의 학대와 인권침해 사건을 맞딱뜨린 후 어떻게 시설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조명하고, 예산분석을 통해 한국에서도 탈시설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증명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취약한 존재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하는 문제를 고민케한다. <진실의힘·1만8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시설에서 인권침해와 학대가 발생해도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시설을 바꿀 뿐이다. ‘장애인들은 혼자 살 능력이 없으니 시설에서 사는 것이 최선이다’, ‘탈시설은 장애인 가족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시설 말고 대안이 없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머무는 현실에 대한 합리화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변화를 가로막는다. 과연 탈시설은 그저 유토피아적 상상에 불과할까.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