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1020 이용 줄고 5080 핫플 됐다
2025년 02월 20일(목) 20:30
학생·수험생 ‘스터디 카페’ 가고
고령화에 장·노년층 이용자 급증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해
책 읽으며 ‘인생 이모작’ 준비
전화통화·코골이·취식 부작용도

20일 50~80대 장·노년층 시민들이 광주시 서구 농성동 상록도서관 열람실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광주의 도서관에 장·노년층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도서관이 10~20대 학생과 수험생으로 발 디딜 틈 없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50대부터 80대까지 장·노년층의 ‘핫 플레이스’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학령인구가 줄고 ‘스터디 카페’가 인기를 끌어 도서관 이용자가 줄어들었지만, 장·노년층은 ‘인생 이모작’을 위한 공부를 하거나 비용 부담 없이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서관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 곳곳의 도서관 이용자들 중 어림잡아 40%는 고령층 이용자였다. 일부 도서관은 고령층 비율이 90% 이상인 곳도 있었다.

김옥규(77)씨는 매일 오전 9시께 광주시 남구 봉선동 문화정보도서관을 방문해 오후 5시 도서관 문을 닫을 때까지 책을 탐독한다고 한다. 나이 먹고 소일하기보다 커피도 저렴하게 먹고, 책도 읽을 겸 매일 도서관에 온다는 것이다.

김씨는 “젊었을 때에는 도서관에 안 왔는데, 요즘은 도서관 시설도 참 좋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니 이런 문화시설이 세상에 또 없다”며 “종일 도서관에서 쉬다가 산 하나만 넘으면 노인문화회관에서 친구들과 당구, 탁구를 즐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구 일가정양립지원본부 행복도서관을 찾은 A(여·68)씨는 “집에만 머물다 우울증 걸릴 것 같아서 힘들었는데, 도서관에 다니면서 삶의 의지도 찾게 됐다”며 “돈 벌 때는 몰랐지만 정년으로 일을 그만두고 나서 도서관을 알게 됐다. 집에서는 같은 책을 봐도 안 읽히는데 도서관에 오면 마음이 정돈되면서 책이 술술 읽힌다”고 웃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퇴직 이후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는 5060 장년층 이용자도 다수였다.

김헌욱(60)씨는 “손해평가 사정사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비수기 때라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며 “조용하니 공부하기 좋고, 칸막이 없이 트여 있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면 좋더라”고 말했다.

김광동(56)씨 또한 “지난해 말에 퇴직하고 공부도 하고, 보고 싶었던 책도 읽으며 시간 보내려고 매일 도서관을 온다. 요즘은 재무회계와 주식 관련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며 “도서관은 비용이 안 들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하니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자주 온다. 도서관에 다니느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장 다니던 패턴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이 제공하는 ‘도서관 정보나루’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 25개 도서관의 60세 이상 회원 비율은 2023년 6.1%, 2024년 6.54%, 2025년 6.86%로 나날이 늘고 있다.

50대 회원 비율 또한 2023년 8.14%, 2024년 8.77%, 2025년 8.86%로 증가세다.

반면 청소년 회원은 2023년 9.41%에서 2024년 9.14%, 2025년 8.74% 등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30대 회원 또한 2023년 21.22%에서 2025년 19.34%로 감소세다.

또 도서 대출 회원들 중 60대 이상 회원의 비율은 2021년 3.79%, 2022년 3.7%, 2023년 3.66%, 2024년 3.63%, 2025년 3.38%로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 이용자들이 책을 대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고령층 이용자들이 도서관 내에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음식물을 반입·취식하는 등 행태를 보여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화 사회’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는 비단 도서관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치원이 사라지고 노인요양병원이 들어서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광주 북구을)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장기요양병원 전환 현황’에 따르면 광주 지역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운영되던 24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가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찍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 1286명)의 20.0%를 넘어섰다.

불과 7년 만에 고령 사회(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에서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비율이 20%)로 넘어간 것이다.

광주의 고령 인구 비율은 2022년 15.1%→2023년 15.9%→2024년 17.51%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남은 고령인구 비중이 27.18%로 압도적으로 전국 1위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