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관찰자들이 꼭 알아야 할 조류학 입문서
2025년 02월 14일(금) 00:00 가가
새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생활사-그레이엄 스콧 지음, 박정우 옮김
1860년 독일 남부 졸른호펜의 석회암층에서 시조새 화석이 발견된다. 찰스 다윈의 ‘종(種)의 기원’이 출간된 이듬해다. 19세기 과학자들은 잇따라 발견되는 시조새 화석표본을 통해 새 골격과 생활양식, 서식지 환경, 나아가 조류의 진화과정을 연구할 수 있었다. 시조새는 조류와 유사한 골격과 비행에 적합한 깃털, 달리기에 적합한 다리,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참새목 조류와 비슷한 발가락(앞쪽 3, 뒤쪽 1개) 배열은 횃대에 앉거나 늪지대에서 어류 등을 잡아먹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간 ‘새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생활사’ 저자는 영국 헐(Hull)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조류 저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조류학자이다. ‘푸른머리되새’라는 애칭을 쓰는 옮긴이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서울 태생인 그는 고교 때부터 안양천을 찾아오는 철새들을 모니터링하며 새에 매료된 ‘새 덕후’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진학한 후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 세계 생태분야 청년리더 200명과 비글호 항해를 재현하는 ‘다윈 200’ 프로그램에 한국대표로 선정된 바 있다. 대학 중앙도서관 한 구석에서 이 책을 우연히 접하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번역하게 됐다. 옮긴이는 신간을 “조류학과 과학교육에 정통한 저자가 새를 탐구하기 시작하는 시민과학자와 학생들을 위해 조류학의 ‘핵심’만 짧으면서도 밀도있게 정리한 입문자용 교과서”라고 밝힌다.
저자는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는가’, ‘언제, 어떻게 조류 비행이 진화했는가’, ‘새들은 왜 이동을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후 많은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 구성은 1860년대 시조새 화석 발견을 시작으로 새의 진화, 깃털과 비행, 이동과 길 찾기, 알·둥지 그리고 새끼새, 번식, 먹이활동과 포식자 회피, 개체군·군집 그리고 보전 등 7개 장으로 나눠져 있다. 조류는 수백 만 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공룡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 저자는 “새는 수각류(이족보행 공룡)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 특화된 척추동물’이라고 표현한다.
새들의 행동방식은 경이롭다. 새 깃털은 양력과 추력을 동시에 형성해 날게 함은 물론 방수, 단열, 의사소통, 포식자 회피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새들의 깃갈이도 과학적이다. 날개 면적의 변화에 따라 체중을 조절한다. 이동 거리가 짧은 종의 성조는 장거리 이동하는 종보다 깃갈이에 더 긴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큰뒷부리도요는 알래스카 번식지에서 뉴질랜드 월동지까지 1만1500㎞ 거리를 쉼 없이 8일 만에 날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자가 들려주는 새들의 이야기는 깊이 있고 난해하지만 조류학자들의 많은 연구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날아가기’ 코너와 내용 요약을 통해 신간의 다른 페이지에 실려 있는 내용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관심사는 새들의 ‘멸종과 보전’에 닿는다. 1500년 이래 도도, 여행비둘기, 큰바다오리 등 135종의 조류가 절멸했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조류들이 주로 인간활동의 결과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지역사회와 정부, 비정부 기관들간 협력을 통해 새들을 멸종의 벼랑 끝에서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아직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순 없지만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 사실은 미래 세대에게 새로 가득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새 그리고 더 나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행동을 계속 배워가야 하는 이유이다.” <지오북·2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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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개체군이 최소 생존가능 규모 이하로 줄어들 때 사실상 멸종하게 된다. 강원 철원군 철원평야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무리. /연합뉴스 |
저자가 들려주는 새들의 이야기는 깊이 있고 난해하지만 조류학자들의 많은 연구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날아가기’ 코너와 내용 요약을 통해 신간의 다른 페이지에 실려 있는 내용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관심사는 새들의 ‘멸종과 보전’에 닿는다. 1500년 이래 도도, 여행비둘기, 큰바다오리 등 135종의 조류가 절멸했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조류들이 주로 인간활동의 결과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지역사회와 정부, 비정부 기관들간 협력을 통해 새들을 멸종의 벼랑 끝에서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아직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순 없지만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 사실은 미래 세대에게 새로 가득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새 그리고 더 나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긍정적인 행동을 계속 배워가야 하는 이유이다.” <지오북·2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