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놓고도 쓰지 못한 지방소멸대응기금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11월 19일(화) 21:30 가가
정부가 전남 지자체들에 내린 1045억 원의 지방소멸기금이 지자체의 금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그것도 못쓰는 게 아니라 안쓰고 있는 것이라고 하니 황당하다.
최근 지난해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에 할애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상당량이 금고에 사장된 처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못쓰나 안쓰나’의 논란이 일고 있다. 골자는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배정받은 기금을 금고에 쌓아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기금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것인데, 유독 소멸위험지수 전국 1위로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위기에 처한 전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역 소멸위기에 놓인 전남 지자체들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배정받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금고에 쌓아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기금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전남 지자체 1000억 넘게 ‘낮잠’
지난 2022년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지방의 인구감소에 대응해 사라질 위기를 맞은 지역을 선정, 10년 동안 1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남지역 지자체에 배분된 기초계정 지방소멸대응 기금액은 총 1256억 원에 달했다. 기금을 배정받은 지역은 담양·곡성·구례·고흥·보성·화순·장흥·강진·해남·영암·함평·영광·장성·완도·진도·신안군 등 16개 군지역이다. 배정액은 신안군 120억 원을 비롯해 곡성·보성 96억 원, 구례·고흥·장흥·영광·완도 80억 원, 해남·영암·함평·장성 72억 원, 담양·화순·강진·진도 각 64억 원 등이었다. 올해도 확보한 총 1600억 원 중 광역자치단체로는 304억 원, 기초자치단체로는 1296억 원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배정받은 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달 열린 국감에서 이에 대한 질책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승환 국회의원이 파악한 ‘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에 따르면 장흥군은 80억 원의 기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흥군은 이미 받은 예산을 쓰지도 않은 상황에서 올해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다시 80억 원의 소멸기금을 교부받았는 데 그마저도 집행률은 34.6%에 그쳤다.
구례와 고흥도 소멸고위험지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만 교부받은 예산 80억 원, 64억 원을 쓰지 않았다. 이 밖에 나머지 시·군들의 소멸대응기금 집행률도 평균 19.4% 수준에 불과했다.
지자체들은 인구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예산을 요구할 때는 언제고, 예산이 교부돼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조한 기금 활용의 원인으로 미흡한 사업 계획, 전문인력 부재 등 자치단체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사업 시행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절차, 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용지 매입의 어려움, 까다로운 설계 심사 절차 등을 꼽았다.
제때, 제 곳에 쓰도록 관리해야
이와는 별개로 기금 사용처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다. 출생과 양육 지원 등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관광지 조성 등 문화·관광 분야에 대부분 몰려있어,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 일시적인 인구 유입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문화관광 사업에 기금을 집중 투입하면 방문 인구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체류·정주 인구 유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난 2022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투입된 사업 분야별 현황을 보면 문화관광이 383건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산업일자리 23.7%, 주거 19.2%, 교육 8.9%, 노인의료 5.3%, 보육 4.9% 순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배정받은 기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에 따라 지자체는 패널티와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기금 집행률은 다음 해에 사업비를 이월해야 할 상황에 놓이거나 정부의 실적 평가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금 집행률이 저조할 경우 집행률 제고를 위해 기금의 일부 또는 전액 삭감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구체적으로 2022년 기금 집행률이 50% 미만(2024년 말 기준)인 경우 2024년 기금을 25~50% 삭감하고 2022년 기금 집행률이 30% 미만(2024년 말 기준)일 때는 2025년 기금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게 행안부 방침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관련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은 물론 기금 사용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사용된 기금이 본래 취지인 인구 유입이나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관광지 조성이나 각종 정비사업, 시설물 건축 등 보여주기 사업에 대부분 투입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남도는 시·군들이 교부 받은 소멸대응기금이 제때, 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금 집행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도 시급하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기존 사업 기간을 단축하거나 과감한 계획 변경을 강구 해야 한다.
최근 지난해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에 할애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상당량이 금고에 사장된 처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못쓰나 안쓰나’의 논란이 일고 있다. 골자는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배정받은 기금을 금고에 쌓아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기금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것인데, 유독 소멸위험지수 전국 1위로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위기에 처한 전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2022년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지방의 인구감소에 대응해 사라질 위기를 맞은 지역을 선정, 10년 동안 1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배정받은 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달 열린 국감에서 이에 대한 질책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승환 국회의원이 파악한 ‘2023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에 따르면 장흥군은 80억 원의 기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흥군은 이미 받은 예산을 쓰지도 않은 상황에서 올해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다시 80억 원의 소멸기금을 교부받았는 데 그마저도 집행률은 34.6%에 그쳤다.
구례와 고흥도 소멸고위험지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만 교부받은 예산 80억 원, 64억 원을 쓰지 않았다. 이 밖에 나머지 시·군들의 소멸대응기금 집행률도 평균 19.4% 수준에 불과했다.
지자체들은 인구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예산을 요구할 때는 언제고, 예산이 교부돼도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조한 기금 활용의 원인으로 미흡한 사업 계획, 전문인력 부재 등 자치단체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사업 시행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절차, 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용지 매입의 어려움, 까다로운 설계 심사 절차 등을 꼽았다.
제때, 제 곳에 쓰도록 관리해야
이와는 별개로 기금 사용처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다. 출생과 양육 지원 등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관광지 조성 등 문화·관광 분야에 대부분 몰려있어,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 일시적인 인구 유입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문화관광 사업에 기금을 집중 투입하면 방문 인구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체류·정주 인구 유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난 2022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투입된 사업 분야별 현황을 보면 문화관광이 383건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산업일자리 23.7%, 주거 19.2%, 교육 8.9%, 노인의료 5.3%, 보육 4.9% 순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배정받은 기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에 따라 지자체는 패널티와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기금 집행률은 다음 해에 사업비를 이월해야 할 상황에 놓이거나 정부의 실적 평가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금 집행률이 저조할 경우 집행률 제고를 위해 기금의 일부 또는 전액 삭감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구체적으로 2022년 기금 집행률이 50% 미만(2024년 말 기준)인 경우 2024년 기금을 25~50% 삭감하고 2022년 기금 집행률이 30% 미만(2024년 말 기준)일 때는 2025년 기금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게 행안부 방침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관련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은 물론 기금 사용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사용된 기금이 본래 취지인 인구 유입이나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관광지 조성이나 각종 정비사업, 시설물 건축 등 보여주기 사업에 대부분 투입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남도는 시·군들이 교부 받은 소멸대응기금이 제때, 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금 집행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도 시급하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기존 사업 기간을 단축하거나 과감한 계획 변경을 강구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