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멍’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11월 12일(화) 22:00
요사이 ‘~멍’ 열풍이 세차다. ‘물멍’과 ‘불멍’에 이어 ‘꽃멍’까지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새만 쳐다보는 ‘새멍’이 최신 유행에 이름을 올렸다.

새멍이라 할 탐조(Bird watching) 여행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탐조 활동(여행)은 우리나라에선 조류학자나 이색 동호인이 즐기는 취미 정도로 여겨졌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골프나 테니스에 맞먹는 고급 취미로 대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탐조객이 급증해, 잠재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있는 취미다.

탐조 여행은 1년 내내 진행되지만, 제철은 역시 겨울. 이맘때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진객인 겨울 철새가 창공에서 펼치는 화려한 군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탐조 여행은 겨울에 집중되는 특성상, 비수기 농어촌 관광지의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 세계 최대 두루미 도래지로 불리는 철원이 DMZ 안보관광과 함께 철새 탐조 여행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또 울산이 태화강철새공원 일대에서 겨울 철새 탐조버스를 운행하며 탐조 여행에 열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지역에서는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습지가 탐조 여행의 성지로 꼽힌다. 전 세계에 1만 6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 흑두루미를 보기 위한 전문가와 여행객이 주로 찾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흑두루미 폐사를 막기 위해 전봇대 282개를 제거하고, 친환경 농법을 지키는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운영하는 등 순천만 주변을 생태계 보호지구로 지정해 서식 환경 개선에 힘쓴 지자체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순천시는 흑두루미를 비롯해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가창오리 등 다양한 겨울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 관광 개발에 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탐조 문화 중심지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가 순천만 갯벌 새섬매자기 복원터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순천시가 ‘흑두루미 탐조여행’이라는 특별한 투어를 하고 있다니, 이참에 새멍이라는 고품격 생태 여행을 시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big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