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와 함께 몸집 줄어드는 ‘소년소녀합창단’
2024년 09월 16일(월) 10:30
잦은 입퇴단 및 지원 축소 등 복합적 이유…수준 저하 우려
혜택 다변화 필요, 합창단 별 레퍼토리 차별화 목소리도

전국적인 출산율 감소와 맞물려 지역 소년소녀합창단 지원율도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전국 소년소녀합창단은 현재 지역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극적인 출산율 감소와 반복적인 입·퇴단, 단원들의 변성기 등 복합적인 이유와 맞물린 ‘지원율·단원 수 감소’가 바로 그것.

지역에서도 민간 합창단부터 초~중학교 교내 합창단, 심지어 오랜 역사의 시립예술단까지 ‘소년소녀합창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미래 합창계 인재를 육성하는 산실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어 광주·전남 예술계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표격인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입단을 희망한 지원자가 총 47명이었다. 당시 상·하반기 2회를 나눠 모집했으며 총 41명을 선발했다. 그러나 이듬해는 지원자가 27.66% 감소해 34명만이 응시했고 그 중 17명을 선발했다. 기존 단원을 합산한 ‘평균 단원 수’도 50명에서 46명으로 8% 줄었다.

올해는 하반기 모집(12월 진행)이 남았으나 상반기 지원자가 14명에 불과했고, 그중 9명만이 최종 입단한 실정이다. 현재 평균 단원 수도 40여 명에 그치는 등 감소세를 탔다.

1976년 창단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그동안 1200회 이상 연주를 통해 지역 문화 사절로 자리매김해 왔다. 국내는 물론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해외 공연을 펼쳐 문화 우수성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도 했으나, 향후 그 역할이 축소될 우려가 제기된다.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관계자는 “합창단 몸집이 줄어드는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동시대 소년소녀합창단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일 것”이라며 “아이들의 성량은 성인에 비해 작아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 나아가 합창단이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5~60명 단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물론 ‘출산율 하락’만이 합창단 축소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광주시립합창단의 경우 근래에 확고한 예술 비전을 제시하는 ‘상임지휘자 체제(상임지휘 권기원)’로 전환하면서 심사 벽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단원 평균수준 향상과 직결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다만 광주를 비롯해 전국 합창단이 현행 활동 수당(2~6만 원·광주 경우), 장학금 성격의 활동 지원금과 단복, 워크숍 지원 등 총량을 늘리고 혜택을 다변화시켜 예비 지원자들의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소년소녀 합창 단원들이 연습하는 모습. <광주일보 자료>
한편 지역 민간 소년소녀합창단에서 단무장을 맡고 있는 A 씨는 “민간 합창단은 입단비는 물론 단복비와 활동비를 내면서 공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상황이 더 안좋은 편이다”라며 “단원 중 일부 학생은 봉사활동 시간(일부 공연 시 제공되는) 등 ‘스펙’이 될만한 부수적 혜택도 염두에 두기에, 합창단들이 단원 메리트를 늘리고 자체 레퍼토리나 의무 연습시간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 2022년 단원 15명 선발했고 이듬해는 7명 지원 중 5명을 입단시켰다. 올해 다시 21명 중 14명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원 대비 합격률이 높고 연도별로 상이한 운영 체제가 신규단원 충원율에 변동성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CBS합창단이나 극동방송합창단처럼 종교적 신념이 입단과 연결되거나 초등학교 부설 합창단과 같이 고정적 인력 풀이 있는 경우 상황은 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내합창단의 경우 지도 교사가 전근을 가면 ‘지휘자가 사라지는 셈’이니, 꾸준한 연습을 통한 발성과 소리의 블렌딩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년간 광주송원초합창단에서 지휘봉을 잡아 온 김지연 음악교사는 “합창단체가 많이 없어지고 있는 실정인데 음악이 주는 기쁨을 아이들이 알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단체별로 상황이 다를 테니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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