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치료하러 대전행…중증외상 환자 ‘골든타임’ 놓친다
2024년 09월 02일(월) 21:10
광주·전남 복지부 지정 화상·접합전문병원 없어 타지역 이송 불가피
설립 조건·운영 여건 까다로워 엄두 못내…서울·부산 등 전국 5곳 뿐
산단 노후화로 위험 노출 빈번…정부·지자체, 전문병원 설립 나서야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지역에서 중증화상이나 절단사고 환자들이 골든타임에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상이나 수지접합 전문병원이 광주·전남에 없어 환자들이 타 지역으로 이송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2일 광주·전남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간 광주·전남 119가 응급 이송한 화상환자는 2021년 236명, 2022년 237명, 2023년 218명으로 연평균 230명에 달했다. 절단환자는 2021년 160명, 2022년 194명, 2023년 180명으로 연평균 178명이다.

이 가운데 중증 화상환자 7명과 절단환자 22명이 광주·전남지역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타 지역 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특정 질환과 진료과목 등 19개 분야에 대해 지정하는 병원이다. 질환별로는 관절·뇌혈관·대장항문·심장·알코올·유방·척추·화상·주산기(분만전후 진료)·수지접합·한방중풍·한방척추 등이고, 진료 과목별로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과 등이 있다.

광주·전남에는 알코올·관절·척추·한방척추·주산기 전문병원은 있으나 중증외상인 화상이나 수지접합 전문병원은 한 곳도 없다.

실제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께 영암군 삼호읍의 한 성인게임장에서 60대 중국인 남성 A씨가 지른 불로 2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각각 2도, 3도의 중증화상을 입었지만 광주·전남에 전문병원이 없어 대전에 있는 화상병원으로 이송됐다.

생사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 광주·전남 소재 병원은 중증화상을 치료할 여건이 되지않아 3시간여 떨어진 대전까지 가야 했다.

소방 관계자는 “중증화상의 경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해 대전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장흥군의 한 풍력발전소에서 전력설비를 점검하던 20대 작업자 B씨도 양쪽 팔에 중화상을 입고 충북의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7월 20일 여수산업단지 내 한 유연탄 취급업체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은 30대 작업자 C씨도 부산지역 화상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절단사고 환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에 전문병원이 없어 수시간에 걸쳐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여수산업단지 한 공장에서 50대 노동자 D씨가 컨베이어벨트에 오른쪽 다리가 끼는 사고를 당했다. D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전문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고 6시간여만에 경기도 시흥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D씨는 환부에서 괴사가 진행돼 2차례에 걸쳐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소방 구조구급과 관계자는 “경증환자의 경우 광주지역 내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지만 외상이 심각하거나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지역 전문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중증외상의 경우 치료를 위한 골든 타임이 있는데 물리적 거리와 이송시간이 걸리다보니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산재전문가들은 “특히 광주·전남의 산업단지가 노후화 돼 있어 작업자들이 중중외상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병원이 더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광주·전남지역에 전문병원이 없는 이유로는 까다로운 설립조건과 운영 여건 등이 꼽힌다.

화상 전문병원은 4명 이상 외과 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며 병상도 60개 이상 갖춰야 한다. 수지접합 전문병원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8명 이상의 전문의와 80병상 운영이 설립조건이다. 3년주기로 의료인력,의료 품질 평가, 병상수, 의료기관 인증,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통과 해야 전문병원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화상 전문병원은 충북 청주, 대구, 부산, 서울 2곳 등 전국 5곳이 전부이며, 수지접합 전문병원 역시 대구, 충북 청주, 부산, 경기 부천, 인천 등 5곳 뿐이다.

이에 따라 의료 사각지대 해소차원에서 전문병원 설립과 운영요건을 재점검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문병원 설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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