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이 ‘응급 상황’…한계치 도달
2024년 09월 02일(월) 19:30
의정갈등 장기화에 상급병원 휘청
응급실 의료진 극심한 피로 호소
조대병원, 타 진료과 지원 운영나서
전대병원, 체력·정신적 한계 달해
타 진료과 지원 운영 등 대책 마련
타지역 대형병원 응급실 운영 중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의 총파업 닷새째인 2일 오후 광주시 동구 조선대병원 로비에서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응급실 인력은 물론 배후 진료과도 모두 무너졌다. 이제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한 듯 하다.”

광주지역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일 개인 SNS에 남긴 글이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 187일째가 되자, 광주·전남 상급병원에 남아있는 의료진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필수 의료 핵심인 응급실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하면서, 병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조선대학교병원은 “4일부터 매주 수요일 타 진료과 의료진(전문의) 지원을 받아 응급실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이 광주·전남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 등에 대응하고 있다.

6개월 넘도록 전공의 없이 7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하루도 쉬지 못하고, 교대로 주·야간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측은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4일부터 매주 수요일 타 진료과 전문의들의 응급실 근무 지원을 받는다. 대체 투입한 전문의가 응급의학과에 근무하는 동안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는 주 1회 휴식을 보장하려는 조치다. 응급실 지원 전문의가 충분하지 않으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라도 순환시키면서 휴무를 보장할 방침이다.

조선대병원은 추가로 병동을 폐쇄해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존 20개 병동에서 6개 병동을 줄였지만, 입원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2개 병동을 추가로 폐쇄해 타 병동과 통합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물리적으로 가동병동을 줄여 의료진 부담을 덜어주려는 고육책이다.

조선대병원은 “올해 하반기 전공의 추가채용에서도 지원자가 1명에 그쳐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체 인력으로 병원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전남대병원 응급실은 그나마 아직까지는 비상조치나 대체 의료진 투입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지만, 일부 의료진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어 비상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남대병원 응급실에는 전문의 1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2명씩 돌아가며 당직 근무를 맡고 있다.

광주지역 상급병원의 한 의대교수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들도 체력·정신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응급실 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도 의료사고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편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등 타 지역 대형병원들은 야간이나 주말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에서는 일부 환자의 진료가 제한되기도 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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