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면책조건부 도로점용 허가 내 줬어도 지자체 책임져야
2024년 09월 01일(일) 21:00
광주지법 “순천시-순천경찰 내부적 허가조건일 뿐”

/클립아트코리아

경찰이 지자체로부터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점용허가를 받은 도로에서 운전자가 다쳤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법원은 도로 점용허가를 내 준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광주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정숙)는 보험회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파기하고 순천시의 50%책임을 인정했다고 1일 밝혔다.. 1심은 순천시의 70% 책임을 인용했다.

A씨는 2022년 4월 1일 오전 7시께 청사 신축 중인 순천경찰서 앞 도로에 임시설치된 ‘험프형 횡단보도’를 차로 주행하다 충격으로 흉추골절, 요추염좌 등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이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보도면과 같은 높이로 시공하는 것으로, 사고현장의 험프형 횡단보도의 높이는 15㎝였다.

A씨에게 치료비 등 5900여만원을 지급한 보험사는 “운전자가 험프형 횡단보도를 미리 보고 감속할 수 있는 안내표지판 설치 등의 방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순천시에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순천시는 “횡단보도가 신축공사에 포함돼 시공중인 도로로 공사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와 민원 등에 대한 배상은 피허가자인 순천경찰서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순천경찰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도로 점용허가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도로는 이미 개통돼 일반인이 통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천시는 해당 도로에 사실상 관리권을 행사하고 있었다”면서 “안내표지판이 없었다는 것은 도로의 관리자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면책 조건은 순천시와 순천경찰의 내부적인 허가조건일 뿐, 이를 근거로 제3자에게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면서 “다만 운전자는 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30㎞인 상태에서 50~52㎞로 초과 주행하는 등 감속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순천시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한다”고 원심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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