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을 진행하며 매 회기마다 확인하는 것은 바로 내담자의 얼굴과 목소리이다. 얼굴과 목소리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준다. 밝고 환한 미소와 부드럽지만 약간 높아진 톤의 목소리는 지난 한 주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거나, 이 시간을 기대하며 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이다. 어둡고 힘이 없는 표정과 낮고 느린 목소리는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우울 혹은 무기력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얼굴과 목소리를 확인하여 얻은 나의 판단을 섣부르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느 부분까지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로 중요한 것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부 인사와 함께 ‘관심 어린 질문’을 통해 내담자의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매 회기 의식처럼 진행하는 이 과정은 내담자와 그의 삶에 대한 나의 관심을 표현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라포(Rapport.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부모 교육을 진행하면서 ‘자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부모님들은 자녀와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내 아이가 오늘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완수했는지, 부모와 약속한 규칙들을 잘 지켰는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는 것을 쉽게 떠올린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많은 부모들이 교육이나 생활 습관 교정에 힘을 쏟지만 그전에 꼭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정서적 친밀감이다. 사실 부모님들이 힘을 쏟고 있는 대부분의 영역은 학교 선생님, 다양한 학원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전문가들이라 자녀들을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정서적 친밀감의 영역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부모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다. 또한 자녀가 부모에게 정서적 친밀함을 느낄 때 비로소 훈육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굿네이버스에서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아동 권리 지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부모가 자녀에 대해 느끼는 관계 만족도(초등 4학년 부모 85.2점, 중등 2학년 부모 82.4점)와 자녀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친밀감(초등 4학년 81.1점, 중등 2학년 76.6점)은 자녀들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아동이 가족 문제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 정도(초4 16.5점. 중2 28.2점)도 학년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친밀한 관계 형성’에 대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긍정적 또래 관계에까지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 부모-자녀 관계와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적응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고성희 외 1. 2009) 부모-자녀 관계 안에서 친밀과 존경 요인은 학교생활 적응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졌지만 헌신과 엄격 요인은 의미 있는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것을 통해 편안하고 신뢰와 모범을 보이는 부모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청소년일수록 학교생활에 원만히 적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아침 우리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어떠했는지 기억하는가? 아이가 밤새 약속된 게임 시간을 지켰는지, 오늘 하루 주어진 일과를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에 앞서 밤사이 얼마나 예뻐졌는지, 잘 자고 일어난 표정인지, 혹은 피곤하거나 지친 목소리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펴보자. 그리고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다정한 목소리로 자녀에게 관심 어린 질문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표현해 보자. 이것이 바로 자녀들이 부모에게 원하는 관심이자 친밀한 부모-자녀 관계 형성의 시작이 되고 아이들이 세상에서 씩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