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잡편 - 장자 지음, 양회석 옮김
2024년 04월 07일(일) 15:10
성장-발전-원숙의 단계를 거치는 생물학적 인간, 장자
양회석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가 ‘장자’(莊子) 내편(2022년)과 외편(2023년)에 이어 잡편까지 기존 관점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하는 역해(譯解) 작업을 마무리했다. “‘노자 도덕경’으로부터 비롯한 노장 독해 여정의 종착점”(정재서 이대 명예교수·전 도교문화학회 회장)이다. 장자는 크게 내편(7편)·외편(15편)·잡편(11편) 등 총33편으로 구성돼 있다. 양 교수는 후기에서 “내게 장자는 늘 거대한 산이었다. 숲이 무성하고 운무가 자욱한 거산!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다. 온전하게 두 발로 그 거산을 넘는 날을!”이라고 긴 여정의 소감을 밝힌다. 또한 내편에 ‘도와 함께 하는 웅혼한 삶’, 외편에 ‘젊은 철인의 길 찾기’, 그리고 잡편에 ‘철인의 성장과 완성’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외편 서문에서 “내편이 농익은 수밀도라면 외편은 상큼한 풋사과이다”라고 밝혔던 역해자는 잡편의 매력으로 “패기 넘치는 청년 장자와 원숙한 만년의 장자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외편·잡편의 위작설에 대해서도 “이질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장자의 사유와 통하고 있으며, 또 장자 당시 ‘저술’은 오늘날 그것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양 교수는 “‘장자’는 철인 장자가 자신의 완성된 철학을 ‘저술’한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장자라는 한 사상가가 철인으로 성장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전 과정이 ‘기술’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장자 ‘잡편’은 ‘경상초’등 11편으로 이뤄져있다. 장자와 혜자를 비롯해 공자와 도척, 열어구와 백혼무인 일화와 ‘달팽이 뿔의 전쟁’ 등을 통해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자가 ‘장자’를 읽고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장자는 특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우언·寓言)와 다른 사람의 권위를 빌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중언·重言) 등 특유의 화법과 글쓰기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이야기 한 편 한편을 우리말 해제, 원문과 음독, 자구 풀이, 해설로 나눠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외물’ 편 제1장(안팎의 우환)에 나오는 ‘중인분화 월고불승화(衆人焚和 月固不勝火)’에서 문맥에 맞지 않는 월(月)을 육(肉)의 오사(誤寫)로 봐서 “그 육신도 본디 불을 견디지 못한다”로 독자적인 해석을 했다.

“바람이 강물 위를 지나가면 (물이) 줄어들고, 해가 강물 위를 지나가면 (물이) 줄어든다. (그래도) 단지 바람과 해와 더불어 강물을 지키자고 청하는데, 강물은 그것이 성가시다고 여긴 적이 없다. 수원에 힘입어 흘러가기 때문이다. (증발한 수증기가 바로 수원이 되는 것이다).” (‘서무귀’ 편 13장 천연의 세계)

이에 대해 역해자는 “천연의 세계를 ‘물의 순환’(Water Cycle)으로 멋있게 비유한 장자는 한걸음 나아가 ‘열어구’에서 그 물 위에 ‘묶이지 않은 배처럼 넘실넘실 떠다니며, 비우고 놀’것을 제안한다. 이는 내편 ‘소요유’ 제4-1장 ‘거대한 박의 활용법’에서 거대한 표주박을 배 삼아 강물에 띄우고 노니는 ‘소요유’와 일맥상통한다”고 풀이한다.

‘장자’가 2000년 넘도록 계속 읽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속에 혼탁한 세상을 밝힐 수 있는 혜안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자가 당대에 진단했던 ‘외부에서 오는 우환’(人道之患)과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우환’(陰陽之患)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양 교수는 “그렇다면 현실 상황을 치유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여기서 장자는 직답을 유보하고 있지만, 사실 불문가지이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듯이, 인간도 ‘천연의 도’ 안에서 유유자적해야 한다는 것! 누차 강조한 바이다”라고 부연 설명한다. <마로니에·3만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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