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안다는 것 -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2024년 04월 07일(일) 15:00
물질 강조하는 시대…정신적 기쁨에 대한 고찰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리고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인간관계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고정관념과 편견의 대상이 돼 쓰라림을 맛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타인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하고 있음을 안다.

자기 과잉의 시대, 절제와 겸손의 미덕을 일깨운 ‘인간의 품격’과 고통의 시대, 함께 살기의 가치를 알려준 ‘두 번째 산’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가 신작 ‘사람을 안다는 것’을 펴냈다. 부제는 ‘서로를 깊이 알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넓어지는가’다.

‘사람과 관계의 가치’를 꾸준히 탐색해 온 그는 “누군가에게 완전히 이해받는다는 느낌만큼 만족스러운 것은 드물다”는 것을 알기에 단절의 시대, 우리 주변의 타인을 더 깊이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일상의 미세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얼마나 잘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적 반감과 비인간화, 사회적 분열이 사람들간의 연결성을 약화시키고, 우정을 차단하며, 친밀감을 지우고, 불신을 조장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로 서로를 소외하는 잔인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수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기술과 성향을 익히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저자는 외로움과 비열함이 만연해진 사회를 만든 요소로 소셜미디어, 불평등의 확대, 공동체 활동 감소, 활개치는 포퓰리즘 등을 들면서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기술과 성향을 길러내는 데 실패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우리가 사람을 알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으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점, 누군가를 제대로 잘 바라보는 것은 아주 강력한 창의적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다원적인 사회가 살아남으려면 신뢰의 조건인 ‘이해’를 보여줄 시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서는 제 능력을 믿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에 레이더에 ‘타인’이 잡히지 않는 ‘디미니셔(Diminisher)’가 되기보다는 관심의 빛을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그들이 자기 자신을 더 크고 더 깊고 더 존중받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는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부드럽고 관대하고 수용적인 따뜻한 시선으로 다른 사람을 환하게 비추려 애쓴다면, 우리가 사람들에게 흔히 쉽게 딱지를 붙여버리는 성격 유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다”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 관리자와 직원의 대화, 학생들과 기성세대의 대화 등 개인적인 차이 및 권력 불평등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어려운 대화’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상대방을 관객이 아닌 작가로 만들어라, 상대의 말에 숟가락을 얹지 마라 등 구체적인 대화의 기술을 알려주며 MBTI 대신 외향성, 성실성, 신경성, 친화성, 개방성을 기준으로 삼는 ‘빅 파이브 성격 검사’에도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웅진지식하우스·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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