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집단 “5·18 진실·권력의 폭력성 노래합니다”
2023년 12월 27일(수) 19:45
4인조 그룹, 첫 앨범 발매
광주서 활동하며 ‘민주화’ 등 발표
‘5월’ 모티브로 다양한 음악세계
360도 관람 가능한 공연 지향

제4집단 맴버들. 왼쪽부터 션만, 사군, 정치현, 최정식. <제4집단 제공>

“예술은 죽었다!”

한국 1세대 전위예술가 김구림 화백이 1970년 8월 남긴 말이다. 그의 선언과 맞물려 정찬승, 손일광 등 각계 예술인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성문화예술의 장례식’ 시가행진을 펼쳤는데, 이는 현대예술의 상업성에 대한 경멸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였다.

이로부터 50여 년 세월이 흘렀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 아직도 예술이 ‘상업성’만 좇고 있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이 같은 비판을 염두에 두고 오로지 음악만을 매개로 ‘제4집단’이라는 팀을 결성해 활동하는 팀이 있다.

“늘 시선이 모이는 곳에는 권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희는 360도 어디서나 관객들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무대를 구성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마당극이나 로마에 있는 원형극장, 세계적 록밴드 U2의 360도 공연 등을 떠올려볼 수 있겠네요. 관객과 아티스트의 ‘가장 수평적인 만남’이랄까요”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는 독특한 무대구성이 특징이다’라는 물음에 돌아온 답이다. 팀은 드럼을 맡은 사군, 베이스를 맡은 최정식을 비롯해 턴테이블 연주자 션만, 행위예술가 정치현 총 4인의 아티스트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백종록 음악감독이 영상·음악작업을 도와 연주곡 위주의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

예전부터 합을 맞춰오면서 앨범 발매를 준비해오던 이들은 지난 25일 애플뮤직 등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고대하던 첫 앨범을 선보였다. 앨범명 또한 팀명과 동일한 ‘제4집단’. 기성 음단의 논리와 상업성에 물들지 않겠다는 ‘뉴웨이브’로서의 결의를 담았다.

사군은 이번 앨범의 특징에 대해 “스튜디오에서 원테이크 녹음을 진행했기에 날것의 냄새가 나는 사운드를 담을 수 있었다”며 “평소 존경하는 레드 제플린, 킹크림슨, 핑크플로이드 등 록밴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광주에서 활동하며 그동안 ‘민주화’ 등의 비정규앨범 곡을 발매하기도 했다. 비극적인 분위기와 날카로운 총성 같은 심벌즈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열망을 악곡에 투사했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5·18을 표상해 온 ‘님을 위한 행진곡’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광주의 비극을 위무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년 7월 금남로 전일빌딩245 옥상(전일마루)에서 펼쳤던 행위예술 ‘HELLreCOPTER’도 5월과 광주의 메시지를 함의하는 작품이었다. 정치현 행위예술가가 헬리콥터의 불빛과 도망가는 시민들, 싸우는 시민들의 몸짓을 음악에 맞춰 연출해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돼 의미가 더 깊다.

제4집단은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 5·18에 대해 왜곡하거나 폄훼를 시도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며 “그래서인지 ‘5월’을 모티브로 다양한 곡들을 창작해 왔고, 이번 앨범에도 권력의 폐단을 고발하는 성격을 갖는 작품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제4집단은 권력의 비극성을 비판적으로 노래하는 ‘동물농장’, ‘공장대량생산’ 등을 발표하며 음악과 몸짓이 결합된 종합예술로 광주의 상흔 등을 이야기해 왔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PHONE’,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를 비롯해 ‘세상은 요지경’, ‘NO.3’, ‘OUTRO’ 등 총 8곡이 수록돼 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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