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첫 세계한글작가대회 열려
2023년 12월 27일(수) 11:50
문화계결산 3-문학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 20여 개국 1000여명 문인 등 참석
8회 동주문학상에 이은 시인 선정

올해는 광주에서 처음으로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렸다.

올해 문학계는 굵직굵직한 이벤트는 많이 없었지만 예년과 다름없는 수준의 활동을 펼쳤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사상 첫 광주에서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제PEN한국본부는 모두 8회에 걸쳐 세계한글작가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1회부터 5회까지는 경주에서, 6회 7회는 서울, 8회는 경주에서 열려 서구 중심의 문제를 한글과 한국 중심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이번 작가대회 주제는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이며 광주문학관을 비롯해 김대중컨벤션센터, 전남대학교 민주마루 등에서 열렸다.

참석 문인으로는 현기영 작가를 비롯해 한강 작가, 김홍신 작가 등과 국내 주요 문학단체, 한글 전문가, 번역가, 학생과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국외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포질 파르호도 소설가, 독일 알브레이트 후베 교수, 몽골 볼강타미링 바트체텍 아동작가, 미국 존프랭클 교수 등이며 약 20개국에서 문인들이 참가했다.

지난 11월 아트 오아시스가 개최한 ‘아무튼 북페어’ 장면. <아트 오아시스 제공>
11월 15일은 특별 강연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한강 작가는 강연에서 “역사 속의 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며 “동일한 관점에서 역사 속의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행위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행위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신영 광주지역위원회 이사장은 “세계한글작가대회는 한글을 세계화시키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세계 문인들과 교류와 친목도모 등에 기여했다”며 “특히 광주의 로컬문학과 청년작가들이 이뤄온 창작성과 문학성을 점검 및 조명하고 미래문학의 가능성과 지향점을 두루 모색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로 8회를 맞는 동주문학상에는 이은 시인이 선정됐으며 수상작은 ‘언니, 우리 물류창고에서 만나요’ 등 5편. 광주일보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동주문학상은 지난 2019년부터 윤동주서시문학상에서 동주문학상으로 이름을 바꾸고 시집 공모로 응모를 받았다. 총 130여 명이 응모를 한 이번 공모에는 32명의 작품집이 예심을 통과해 5명의 후보 작품이 최종 본심에 올랐다.

심사를 맡은 장석주·나희덕·이병률 시인은 수상작품에 대해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노동과 자본, 기계와 인간 등을 둘러싼 집중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시편들”이라며 “체험의 구체성과 핍진한 묘사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동주해외작가상은 미국 유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월란 시인이, 윤동주 시인의 민족애를 시로 구현하는 활동을 펼치는 시인에게 주어지는 동주해외작가특별상은 워싱턴의 노세웅 시인이 선정됐다. 또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의 활동무대를 넓혀주기 위해 제정된 제4회 동주해외신인상은 코샤박 시인(본명 박상은)이 뽑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작지만 책을 매개로 문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서점, 독립서점의 ‘북페어’가 개최됐다. ‘아트 오아시스’는 11월 중순경 ‘책과 삶’을 주제로 전일빌딩245에서 ‘아무튼, 북페어’를 열었는데 전국의 6개 지역 12개 독립 서점들이 참여했다.

정재경 담당자는 “이번 북페어는 전국 각지에 있는 독립서점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동일한 가치를 모색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각 서점마다 특징적인 큐레이션이 있어서 개성적인 책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광주시 동구에서는 11월 초 광주와 전남, 전북, 제주의 23개 동네서점이 참여한 ‘오감만족 인문 힐링 북페어’가 열렸다. 광주 동네서점 11곳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상상마당 일원에서 권장도서 전시·공연·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역책방, 동명책방 꽃이피다, 라이트라이프, 러브앤프리, 서점서점, 소년의서, 연지책방, 예지책방,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책과생활, 파종모종 등이 참여했다.

지난 9월에는 ‘2023 목포 문학박람회’가 열려 예향의 도시 목포가 문학의 향기로 물들었다. 목포 출신 김우진·박화성·차범석·김현을 비롯해 김진섭, 이가형, 천승세, 김지하, 최하림, 황현산 등은 오늘의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이끈 주인공들이다. 이번 박람회는 크게 청년 신진작가관, 디지털 문학관, 골목길 문학관, 문학힐링 치유 등을 주제로 펼쳐졌다.

작가들과 시인들의 창작집 발간도 잇따랐다. 공선옥 작가 장편 ‘선재의 노래’를, 보성 출신 정범종 작가 장편 ‘매사냥꾼’을, 화순 출신 김신운 작가가 7번째 장편 ‘구름 관찰자’를, 광주일보 신춘 출신 작가 채정은 첫 소설집 ‘나는 나를 포기할 권리가 있다’를 각각 펴냈다. 마찬가지로 광주일보 신춘 출신 강대선 시인은 소설 ‘우주일화’와 ‘대륙의 천검’을 발간해 주목을 받았다.

시인들의 시집 발간도 이어졌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문순태 작가는 시집 ‘홍어’를 매개로 전라도 정체성이 깃든 홍어의 미학을 풀어냈다. 구순이 넘은 진헌성 시인은 제17권 ‘비찌락’을 발간해 꺼지지 않는 창작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으며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박석준 시인도 첫 시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를 발간했다.

1975년 전국 첫 학생시조협회 결성한 전남 고교생 시인들이 47년만에 초로의 시인들이 되어 펴낸 ‘다시, 화양연화’는 지역 문학계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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