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멋과 맛 함께, 남도유람 - 구례
2023년 11월 27일(월) 19:00
지리산길·사찰 향기...무념무상 ‘힐링 구례’
자연 통해 배우는 천은사 ‘상생의 길’
‘미스터 션샤인’ 배경 수홍루 보고
구충암 오솔길 따라 호젓한 산행
붉디붉은 피아골의 역사 느끼고
‘지리산 스카이 런 ’짜릿한 체험도

물을 옆에 끼고 소나무 숲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천은사 ‘상생의 길’.

예로부터 구례는 ‘삼대삼미’(三大三美)의 고장으로 불렸다. 큰 것 세 가지는 지리산과 섬진강, 널찍한 들녘을, 아름다운 것 세 가지는 자연경관과 풍요로움, 구례인들의 순박하고 인정있는 마음씨를 가리킨다.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섰다. 천은사 ‘상생의 길’과 ‘섬진강 대숲길’, 피아골 단풍, ‘지리산 스카이 런’, 사성암 등 구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든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천은사 ‘상생의 길’=구례군 광의면과 남원시 산내면 달궁을 연결하는 ‘지리산 횡단도로’(지방도 861번)를 따라 천년고찰 천은사 주차장에 들어서면 시원스럽게 하늘로 뻗은 소나무들이 첫 눈에 들어온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천은사 등 8개 관계기관의 협력으로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된 때는 2019년 4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천은사 주변에 상생의 의미를 담은 ‘상생의 길’(총길이 3.3㎞)이 조성돼 2020년 12월 개방됐다. ‘상생의 길’은 크게 ▲나눔길(1.0㎞·소나무숲 입구~불심원) ▲보듬길(1.6㎞·천은사 산문~제방~수홍루) ▲누림길(700m·천은사 산문~수홍루) 등 3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자연을 통해 생(生)의 기운을 느끼며 안정감을 느낀다. 우린 이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자연에게 상생의 의미를 배운다. 그리고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시작점을 맞이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천은사 수홍루.
구례군 광의면 천은사 ‘상생의 길’ 입구에 설치된 반원형 조형물에 새겨진 문구다. 일주문 편액 아래 발걸음을 멈춘다. 연좌제로 함경북도 부령과 완도 신지도에서 23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동국진체’를 꽃피우고 서예 이론서인 ‘서결(書訣)’을 남긴 강화학파의 서예가, 원교(員嶠) 이광사(1705~1777)의 글씨이다. 천은사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물 흐르는 듯한 글씨체로 편백을 써줬다고 전해온다.

tvN 역사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했던 ‘수홍루’(垂虹樓)가 해체·보수공사를 거쳐 새롭게 단장됐다. 천은사는 모두 6개의 ‘보물’을 품고 있다. 1774년(조선 영조 50년) 중창된 극락보전(보물 2024호)을 비롯해 건물 내 ‘목조 관세음보살좌상·목조 대세지보살좌상’(보물 1889호), ‘아미타 후불탱화’(보물 924호), ‘괘불’(보물 1340호) 등이다.

팔상전 앞 ‘복돼지 바위’에 조성된 포대화상 상(像)에는 무수한 소원지가 걸려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복돼지 바위’는 극락보전에 깃들어 있는 멧돼지가 변한 것으로,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포대화상은 미륵불의 화신(化身)이다. 안내문의 마지막 문장에 눈길이 멈춘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미소가 지어지는 ‘동양의 산타할아버지’로 불리우는 포대화상을 보면서 지치고 힘든 시절 마음 안으로 가득한 웃음 가져가시길 두 손 모아 발원합니다.”

모과나무의 자연미를 살린 ‘구층암’ 모과나무 기둥과 석등.
◇대목장 마음 와 닿는 구층암 모과나무 기둥=화엄사 대웅전에서 구층암으로 가는 오솔길은 호젓하다. 암자에 들어서면 노거수 동백나무와 석탑이 여행객을 맞는다. 석탑을 지나면 정면에 천불보전이, 좌우에 요사채가 자리하고 있다. 왼쪽 요사채는 길이만 맞춘 자연그대로의 모과나무 몸체로 기둥을 삼았다. 한쪽은 나무를 제대로, 다른 한쪽은 나무를 거꾸로 세웠다. 맞은편 요사채 기둥 하나도 다듬지 않은 나무 그대로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기둥을 세워 집을 지은 대목장(大木匠)은 어떤 이일까? 요사채에 걸린 ‘다향사류’(茶香四流·차 향기가 사방에 흐른다) 현판은 구층암의 오랜 야생차 역사를 대변해준다.

‘효대’(孝臺)에 자리하고 있는 ‘화엄사 4사자 삼층석탑’.
왔던 길을 되밟아 네 마리의 사자가 탑신을 떠받치고 있는 독특한 형상의 ‘화엄사 4사자 석탑’을 찾아간다. 각황전 남서쪽 ‘효대(孝臺)’라고 부르는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기대이상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요즘 화엄사는 화제의 중심에 있다. ‘모기장 영화음악회’와 ‘요가대축제’,‘여름철 야간 개방-하야몽(夏夜夢)·화야몽(華夜夢)’ 등 신선한 기획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에는 고기와 밀가루 대신 콩과 쌀을 이용한 ‘비건(Vegan·채식주의) 햄버거’를 선보였다. 화엄사 7개 암자(연기암-청계암-보적암-미타암-내원암-금정암-지장암)를 도보로 순례하는 ‘7암자 순례길’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산도 물도 사람조차 붉은’ 피아골= 피아골이라는 지명에 대해 ‘구례군지’(2005년)는 “연곡사 북쪽에 있는 직전(稷田)은 옛날에 피(기장)를 많이 재배했기 때문에 피밭이라고 불렀다. 이런 연유로 이 골짜기를 ‘피아골’이라 부른다”고 설명한다. 직전마을에서 삼홍소까지 3㎞ 구간이 단풍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삼홍소(三紅沼)라는 지명은 조선 중기 학자인 남명(南冥) 조식(1501~1572) 선생이 피아골을 찾아 단풍을 예찬하는 시 구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에서 유래했다.

또한 피아골은 붉디붉은 단풍 같은 아픈 역사를 품고 있기도 하다. 정유재란과 구한말 의병, 빨치산 이야기다. 피아골 입구에서 섬진강 상류 쪽으로 3.4㎞ 올라가면 정유재란 당시 북상하는 왜군을 막기 위해 전라도 관문인 석주관을 끝까지 지키다 순절한 구례 칠의사와 의병, 승병(僧兵)들을 기리는 ‘석주관 칠의사묘(七義士墓)’가 자리하고 있다.

그로부터 310년 뒤, 1907년 음력 8월 녹천(鹿川) 고광순 의병장이 이끄는 의병진이 피아골 연곡사를 아지트로 삼는다. 문수골에는 김동신 의병장 부대가 주둔했다. 두 의병장은 지리산을 근거지삼아 게릴라전을 펼치는 장기 항전을 계획했다. ‘일정 기간 예기(銳氣·날카롭고 굳세며 적극적인 기세)를 기른 후에 항전한다’는 축예지계(蓄銳之計) 전략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16일(음력 9월 11일) 새벽, 일본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고 의병장은 순절하고 만다.

연곡사 경내에는 광복 74주년(2019년)에 세운 ‘피아골 순국 위령비’가 자리하고 있다. 비문 한 구절이 눈물겹다.

“…야속한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강산은 더욱 푸르기만 하니 조국을 위해 흘렸던 그 많은 피들은 붉은 잎들이 되었는가. 피아골의 단풍은 해마다 더욱 붉기만 하다….”

하늘을 나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지리산 스카이 런’짚 와이어.
◇지리산 정원·지리산 스카이 런&구례 수목원=‘힐링 구례’를 상징하는 ‘지리산 정원’과 ‘구례 수목원’은 지초봉(해발 601.5m)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 비탈에 각각 조성돼 있다. 수목원에서 동쪽으로 1㎞ 떨어진 거리에 ‘구례 산수유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총 281㏊에 펼쳐진 ‘지리산 정원’은 산림휴양과 문화·체험·교육 중심의 남도 최대의 산림복합 휴양공간이다. 2021년 5월 개관한 구례 수목원은 전남도 공립수목원 제1호로 지정된 ‘힐링 숲속 정원’이다. 54㏊ 면적에 13개의 주제정원이 조성돼 있다. 요즘 스쳐가는 관광이 아닌 체류형 관광이 부각되고 있다. 지리산 정원내 ‘숲속수목가옥’(총 14채)과 ‘산수유 자연 휴양림’에서 숙박할 수 있다. 예약은 ‘지리산 정원’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구례 산수유자연휴양림 또한 6인실(26㎡)부터 14인실(83㎡)까지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내년 6월까지 ‘숲속의 집’ 11동을 추가 신축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리산 정원’내에 설치돼 지난 4월 운영을 시작한 ‘지리산 스카이 런’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해발 568m에서 하늘을 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액티비티 체험시설로, 위탁사로 선정된 (주)챌린지 코리아에서 운영한다. ‘짚 와이어’와 ‘모노레일’로 구성돼 있다. ‘짚 와이어’(4레인)는 길이 1086m, 국내 최고 경사율(29.90%)을 자랑한다. 탑승자는 개인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지초봉에서 하강하며 짜릿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하강하는데 100초 가량 소요된다.

예약자는 매표소에서 친환경 전기 셔틀버스를 이용해 모노레일 탑승장까지 이동한 후 모노레일에 올라 지초봉 상부에 있는 정류장(해발 568m)에서 하차한다. 그리고 안전교육을 받고 짚 와이어를 즐기는 순서로 진행된다. 예약은 ‘지리산 스카이 런’ 홈페이지.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기자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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