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 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31일(화) 20:05
‘가난하고 고독사 많은 아파트’ 편견 깨려
광산구 하남주공아파트 주민들 책 펴내
1일 하남종합사회복지관서 출판기념회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하남종합복지관에서 31일 서태종, 김안식, 박재관(왼쪽부터)씨가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사회주택(Social Housing) 정책 차원에서 도입한 영구 임대아파트의 편견을 깨기 위한 이들이 있다.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에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계층 간 위화감과 사회적 소외 등의 각종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뜨리고 싶다는 것이다.

31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하남주공아파트의 주민 3명은 “영구임대 아파트도 여느 일반 아파트와 다르지 않은 정겨운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리들도 이곳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못사는 사람들이란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이곳에 올해로 30년 째 살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 김안식(61)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척추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서 장애를 가지게 됐다.

김씨의 오랜 목표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로 갔지만 비인가시설 재활원에서 한방에 여러명이 함께 몸을 웅크려 자야했다. 사우나에서 일할 적엔 카운터가 곧 집이었다.

김씨는 온전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러던 중 광주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서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는 주공아파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곳에 자리잡게 됐다.

김씨는 “임대아파트를 얘기할 때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 ‘가난한 사람들의 집’이라거나 ‘고독사, 자살 등이 많이 발생하는 아파트’라고 말한다”며 “비록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가진게 적을 순 있지만 단순한 편견으로만 판단하는게 속상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환갑이 되자 이웃들이 돈을 모아 한우를 선물해주고, 지난 여름 열병을 앓자 좋아하는 홍어를 선물받기도 했다”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베풀 줄 모르고, 범죄가 잦을거란 편견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4년 전 이사온 서태종(68)씨도 이곳은 ‘사람 사는 맛 나는 곳’이라고 웃어보였다. 아파트 내 ‘어울림 봉사단’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서씨는 단지 내 도시락 배달, 아파트 청소, 이사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씨는 “아파트 단지 밖으로만 나가도 언제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고, 그렇다보니 서로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우리 모두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새어머니의 학대를 피해 독립에 성공한 박재관(58)씨는 “(영구임대주택은) 내겐 너무 소중한 공간이고 달라진 삶을 살게 해준 집이다”면서 “술 취한 이들이 지나가며 ‘거지아파트’라고 말할 땐 가슴이 미어진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영구임대주택이 빈곤층을 대표하는 주거지라는 낙인을 깨기 위해 ‘함께해서 아름다운 하남마을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이들의 사연이 담긴 책의 출판기념회는 1일 오후 2시 하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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