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출신 정범종 작가 장편소설 ‘매사냥꾼’ 펴내
2023년 10월 29일(일) 20:20
남과북의 텃밭을 모티브로 ‘생명’과 ‘어울림’ 담아
“내 마음속에는, 어릴 적에 깃들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공간이 있다. 풍성한 텃밭이다. 작가에게 원형 공간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풍성한 텃밭을 떠올렸다. 내가 어릴 적에 매일 보았던 텃밭은 할머니께서 가꾸셨다. 그곳에서 상추, 배추, 무, 고추, 갓, 가지, 아욱, 마늘, 쑥갓 같은 채소가 자랐다. 상추는 쌈으로, 배추와 무는 김치로, 쑥갓은 무침으로 밥상을 풍요롭게 했다.”

보성 출신 정범종 작가가 장편소설 ‘매사냥꾼’(문학들)을 펴냈다.

그동안 소설과 동화, 희곡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창작활동을 펼쳐온 정 작가는 이번 장편에서 남북의 텃밭을 모티브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정’을 긍정으로, ‘지배’를 사랑으로 전환시키는 이야기는 오늘날 꽉 막힌 남북관계를 떠올릴 때 의미있는 서사라 다가온다.

작가는 결코 고답적이거나 웅변조로 해결의 방향을 풀지 않는다. 만약 남북의 텃밭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고립된 군인이 타지에서 매사냥꾼이 된다면 어떻게 매를 길들일까?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소설은 모두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텃밭’이며 2부는 ‘초원’이다. 전자는 1991년 사고로 북방한계선을 넘게 된 한 군인의 이야기이며 후자는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후 몽골의 초원에서 한반도를 잊고 매와 더불어 살아가는 매사냥꾼의 이야기다.

작품에서 남북의 갈등과 대립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남과 북에 있는 텃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세운다. 아울러 오랜 세월 훈련된 매도 암수가 만나면 사냥꾼을 떠나간다는 내용은 애틋함과 동시에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즉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생명’이자 ‘어울림’이다.

정 박가는 “텃밭은 한반도 남쪽에도, 북쪽에도 있다. 재립이 격화되든 화해 분위기이든, 남북의 텃밭은 변함없이 다양한 채소를 길러내 왔다”며 “사람들은 그걸 먹고 이웃과 나누었다. 이런 탓밭이 있는 한 남북은 내적으로 둘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남북의 텃밭을 얘기해 보고 싶었다”며 “세월이 흘렀으나 그 바람을 지켜서 남북의 텃밭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작가는 전남대 경영대를 졸업했으며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새연’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주 4·3문학상(소설),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광주시립극단 희곡상 드을 수상했으며 ‘칼과 학’,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별’, ‘봄날의 새연’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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