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 - 권여선·서유미 외 지음
2023년 10월 14일(토) 16:00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등을 쓴 순천 출신 소설가 김승옥은 “1960년대 한국 현대소설의 빛나는 한 정점을 보여주는 작가”다. 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2013년 제정된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의 단편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하며 지금까지 윤성희, 편혜영, 문진영, 김금희 작가 등이 영예를 안았다.

현재 한국 소설의 흐름을 만날 수 있는 ‘2023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왔다. 이번에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28개 문예지에 발표된 191편의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됐고 이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 작품집에 실었다.

올해 대상작은 “거의 아무런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권희철 문학평론가)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권여선의 ‘사슴벌레식 문답’이다.

‘정원’의 이십 주기 추모 모임 단체 대화방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소설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같은 하숙집에 살게 된, 각자 다른 성향의 네 친구의 모습을 펼쳐보인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통이 커 모임의 리더 격이었던 부영, 상냥하고 조심성이 많았지만 가끔은 광기나 충동에 몸을 맡기곤 했던 정원, 친절하고 부드럽고 예의가 발랐던 경애, 그리고 술을 좋아하며 즉흥적이었언 화자 준희. 이들은 정원의 갑작스러운 자살과 경애의 배신으로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준희는 삼십년 전 넷이 함께 갔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진다.

심사위원이었던 문학평론가 양윤의는 “소설의 사슴벌레는 죽음의 향기 가득한 이곳으로 꿈틀거리며 기어들어와 우리에게 기억과 운명, 비극과 자유의지에 대해 묻는다”라고 평했다.

서유미의 ‘토요일 아침의 로건’은 미국 지사 발령을 위해 영어 회화를 배우던 한 중년남성이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으면서 4년간 매주 토요일 함께했던 선생님에게 마지막을 고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며 백수린의 ‘빛이 다가올 때’는 시선을 잃은 이모의 삶을 대신하느라 자기 욕망을 돌볼 새가 없었던 등장인물이 뒤늦게 자기 삶을 되찾아가는 순간들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소설이다.

최진영의 ‘썸머의 마술과학’은 열여섯 살 이봄과 아홉살 이여름의 시선으로 기후 위기를 목전에 둔 세계를 바라본 작품이며 최은미의 ‘그곳’은 여름철 폭염 대피소로 지정된 체육관 안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밖에 구병모의 ‘있을 법한 모든 것’, 손보미의 ‘끝없는 밤’ 등도 만날 수 있다.

각 작품의 말미에는 작가노트가 실렸으며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문학평론가 권희철·오혜진·김화영, 소설가 임철우·편혜영의 리뷰도 함께 담았다.

<문학동네·1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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