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경성을 누비다 - 김기철 지음
2023년 10월 14일(토) 12:00
1930년대 ‘힙’한 경성의 모습을 알고 있는가. 예술가들이 모여 10전짜리 홍차 한 잔을 기울이던 아지트 ‘낙랑파라’. 당시 탕남음녀의 마굴이라 손가락질받던 경성 아파트의 등장. 이상의 미쓰코시·박태원의 화신 등 백화점을 사랑한 모던보이들…….

급작스러운 근대화를 맞이한 100년 전 조선은 찬란한 세계로 진일보했지만, 동시에 전통적 삶에 대한 환상통을 앓았다. 갓을 쓰고 수염을 기르던 과거사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들어온 신문물은 전근대와 근대 사이에서 혼란을 만들었다. 새로 뻗어나가는 비행기 노선과 전철은 새로운 ‘경험’이면서 ‘욕망’으로 자리매김했다.

김기철이 펴낸 ‘라이더, 경성을 누비다’는 신문과 잡지 사료를 통해 당시 경성의 모습과 욕망을 들여다본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 조선일보 사료연구실장, 문화부 학술전문기자로 일하며 쌓아온 문화역사적 소양을 녹여 냈다.

시간을 거슬러봐도 문명발달사 앞 인간의 욕심이란 비슷한 모습으로 비친다. 당시 만연했던 문화주택 건축 열기와 허영심 등은 현대에도 쟁점이 될 만한 내용들이다. 또 독립투쟁, 조선인들의 고군분투기 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26년 3월 9일 아침 경성역 앞에 인력거 640대가 몰려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38개 나라에서 온 세계 일주 관광단 637명을 맞기 위해서였다. 이 대규모 관광단은 하루 전인 8일 오후 2만 톤 기선 라코니아호를 타고 인천항에 입항해 임시열차로 경성까지 이동했다”

구체적인 조선의 풍경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인의 발을 넓힌 이동수단은 단연 인상적. 라이더들이 분주히 쏘다니던 골목골목부터 도쿄, 울산, 대련 등지를 잇는 여객선에 얽힌 비화에서 문명개화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다. <시공사·1만3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