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하 ‘빚의 굴레’ 갈수록 심화
2023년 08월 07일(월) 19:15
은행 주담대 연체율 역대 최고
0.44%…5년 만에 7.5배 늘어
30대 이하 가계대출도 급증

/클립아트코리아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청년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집을 구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는데, 별다른 소득원이 없어 제때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30대 이하 청년들의 가계대출도 늘고있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심화되면, 결국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중 19개 은행의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의 연체율은 0.44%였다.

이 수치는 금감원이 제공한 최근 6년 동안의 연체율 중 가장 높았는데, 은행권에서는 6년내 최고가 아닌 역대 최고일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과 고금리, 경기침체 등으로 대출과 연체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장 올 6월 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3분기 보다 2.5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200억에서 1500억원으로 7.5배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19세 이하’의 연체율이다. 줄곧 0%였던 이 연령대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12.5%를 기록하더니 올 2분기 기준 19세 이하 연체율은 20%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주택금융공사 보증부가 청년 전·월세 대출상품을 출시한 탓인 것으로 보고있다.

이 상품은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에서 이 상품의 60%를 취급했는데 연체 발생 가능성이 큰 탓에 시중은행들은 판매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뻔한 결과지만 카카오뱅크의 19세 이하 주담대 연체율은 27%에 달하고 있다.

20·30대 청년들의 부실 대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는 “‘취약차주’(저소득자이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이 2020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대출자의 비중이 높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대출자 비중은 29.6%였는데, 2020~2021년 38.3%로 증가했다. 한은은 “30대 이하 대출자는 소득 기반이 타 연령층에 비해 취약해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빚 부담은 금융시스템 내 잠재적인 불안 요소일 뿐더러, 저출산과 비혼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양경숙 의원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득기반 등이 취약한 30대 이하의 연체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소비위축과 함께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청년 대출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층의 빚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 등으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춰지고 아예 혼인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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