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관광재단에 거는 기대
2023년 07월 25일(화) 19:20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이은상 작사·박태준 작곡 ‘동무생각’中)

한낮의 온도가 30℃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근대골목)의 청라언덕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청라언덕을 시작으로 대구의 구도심에 자리한 유적지를 둘러 보는 근대골목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문화체육부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한지 10주년이 된 근대골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전국에서 234만3천73명이 다녀갈 만큼 ‘핫’한 곳이다. 특히 최근 K-팝 걸그룹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되면서 해외 관광객까지 몰리는 글로벌 관광지로 부상했다.

근대골목투어는 대구 읍성 주변의 1000여 개 골목에 스며있는 1000여 개의 이야기를 발굴해 5개의 코스로 엮어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오랫동안 방치된 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내 보존하고 이야기를 덧입혀 되살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죽어가는 도심이지만 지역의 시민운동가들이 의기투합해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숨은 역사를 끄집어 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들의 열정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행정’이었다. 지역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인 대구 중구청은 5개 코스의 근대골목 투어를 발굴하고 문화예술과에 골목해설사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한때 쇠락했던 대구의 도심이 관광지로 화려하게 변신한 데에는 중구와 시민 운동가들의 콜라보가 있었던 것이다.

대구에 중구가 있다면 광주에는 동구가 있다. 이들 기초자치단체는 도심 공동화를 겪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관광지형에서의 위상은 차이가 크다. 중구가 근대골목투어를 통해 대구 관광의 핵으로 자리잡았다면 동구는 곳곳에 숨쉬고 있는 오래된 공간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엮어내지 못해’ 차별화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광주 동구가 5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동구문화관광재단(이하 관광재단)을 출범시켰다. ‘체류형 문화관광도시’를 내건 관광재단은 충장축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등 관내의 문화유적지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1번지로 비상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사실, 동구는 잠재력이 풍부한 ‘살아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나 다름없다. ‘어머니의 품’으로 불리는 무등산에서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금남로, 충장로, 광주·전남 최초의 근대학교인 서석초등학교, 8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극장, 40년의 세월을 품고있는 음악감상실 베토벤 등 사연많은 공간들이 즐비하다.

코로나19 이후 관광트렌드는 소확행의 가치를 일깨우는 로컬여행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명승지 보다는 세월의 더께가 쌓인 레트로(Retro)공간 탐방을 통해 그 지역의 속살을 깊이 들여다 보는 관광이 대세가 됐다. 그런 점에서 지역관광의 부흥을 내건 관광재단은 광주 관광의 미래를 꿈꿀 수 있어 반갑다. 이제 진정한 여행은 지역의 숨은 보석들을 찾아내는 디테일에 있다.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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