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팍팍한데…소주·맥주값 또 오른다니
2023년 02월 19일(일) 18:10
4월부터 맥주 세금 인상에 출고가 인상 불가피
식당가 소주, 맥주 병당 6000원대까지 오를 듯

/클립아트코리아

“안 그래도 팍팍한데, 서민들 애환 달래주던 소주, 맥주 가격이 또 오른다니요.”

지난해 일제히 올랐던 서민 술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재료와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이 계속 오르는 데다, 주세가 작년보다 큰 폭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소주와 맥주의 출고 가격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오르면 식당이나 주점에서 파는 술값은 더 큰 폭으로 인상된다는 점에서 소주 1병이 6000원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ℓ당 30.5원 오르면서 885.7원이 된다. 작년 ℓ당 20.8원 오른 것에 비해 세금 인상 폭이 10원 가까이 더 커졌다.

맥주의 세금이 오르게 되면 주류회사의 출고가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전기료 등 역시 계속해 오르고 있어 맥주의 출고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소주는 주세가 오르지 않았지만, 최근 원재료 등 제조 원가 인상에 출고가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데,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작년에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다.

무엇보다 주정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과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정회사가 경영난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주정 가격이 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제병업체의 소주병 공급 가격은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오르는 등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주류 업계의 소주 출고가 인상 요인이 다분한 상황이다.

소주 출고가가 80~90원만 올라도 식당 등에선 500원, 1000원이 더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주류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3∼6년 만에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서민 술의 가격을 올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 주류 업계는 수년간 쌓여왔던 인상 요인을 버티다 못해 한 번에 몰아 가격에 반영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정서상 소주 가격을 올리는 것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원재료 가격이 워낙 올라 출고가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출고가 인상 당시 소주 1병의 출고가는 85원이 올랐으나,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파는 소매가격은 100~150원이 올랐었다. 무엇보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는 500원에서 1000원이 오르기도 했다.

현재 광주지역 식당가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가격은 4000원 대로, 일부 주요 상권에서는 이미 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주와 맥주 출고가가 오를 경우 1병에 5000원은 평균 가격으로, 6000원에 파는 식당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점 역시 원재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커지면서 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음식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음식값보다 주류 가격 인상이 비교적 수월해서다.

광주의 한 음식점 사장은 “원재료 부담이 늘었지만 음식값을 올리면 그나마 소비침체로 줄어든 손님이 더 끊길 수 있다”며 “주류 출고가가 오르면 다른 원가 부담까지 반영해 술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는 우리도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외식산업연구원이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130명을 조사한 결과 55.4%가 소주 출고가 인상에 따라 소주 판매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이미 올린 업주들은 병당 500∼1000원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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