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재해보험에 농어민 ‘두 번 운다’
2025년 07월 22일(화) 20:10
“일부 작물 보상 못받고 피해액 크면 보험금 수령도 지연”
보장 범위·보상 구조 등 현장 납득하게 조속히 개선해야

/클립아트코리아

#나주시 동강면에서 감초를 하우스·스마트팜 시설로 재배하는 김태완(60)씨는 최근 극한 폭우로 수해를 입었다.

김씨는 “시설비와 모종값 등 피해 규모는 억 단위인데 감초는 작물재해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 피해 보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씨는 “수해로 발생한 막대한 손실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방울토마토 하우스 13동이 침수 피해를 입은 이랑기(58)씨는 “예상 손실이 80억~100억원 정도인데, 피해액이 커 보험금을 받기까지 빨라야 1년”이라고 했다. 그 때까지 어떻게 버텨내야 할 지 암담하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이씨는 “보험 가입할 때는 모든 게 다 보장될 것처럼 설명하지만, 막상 피해를 입으면 각종 세부조건을 들어 제대로 보장받은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기후변화로 폭우와 폭염 등 기후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갈수록 빈번해지는 데 비해 농작물 재해보험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 수는 2022년 10만 6279가구(1647억원), 2023년 11만2252가구(1864억원), 2024년 12만3242가구(1984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재해 피해로 보험금을 지급받은 농가 수도 2022년 3만5314가구(991억원), 2023년 4만3936가구(1497억원), 2024년 6만2668가구(2123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하지만 기후재난 피해가 늘어나는 반면, 보험 보장 범위의 사각지대와 현실성 없는 보상 구조가 개선되지 않아 농민 피해가 여전하다는 게 농업 전문가들 지적이다.

최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농작물재해보험의 현황과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품목(2025년·76종)과 가입률(2024년·전남 67.2%)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보장품목 제한, 실질 피해와 맞지 않는 보상 단가 등의 문제점들이 논의됐다.

우선, 농가 노력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지역손해율이 증가한 것인데 각 농가에게 부담되는 보험료가 증가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으며 작물별 보험 기준도 차별화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예농산물의 경우 수확량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가 하면, 병충해에 대한 보험을 보장하지 않거나 친환경·유기농 농산물 보상 수준이 일반 농산물과 차이가 없는 점 등 현장과 맞지 않다는 부분도 농업인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보험 가입을 해도 작물의 품종별로 보장이 제한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컨대 배추·상추에 대해 보험 가입을 해도 얼갈이배추, 쌈배추, 양배추. 양상추 등 품종은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식이다.

양식수산물 재해보험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보장되는 품목이 30종에 달하지만 전남에서는 이 가운데 23종만이 가입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송어·미더덕·오만둥이·터봇·메기·흰다리새우·방어 등 7종을 키우는 어업인은 전남에서 재해보험을 가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피해지원 정책에 대한 농민 신뢰도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가입률만 높일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향으로 약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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