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없어 위험한 기름통 길가에 쌓는 가거도
2023년 02월 10일(금) 00:05 가가
목포에서 147㎞ 떨어진 신안군 가거도 주민들은 마을 공원 인근 유류 보관 탱크 앞길을 지날 때마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선 조업에 필요한 면세 경유와 화물차 운행에 쓰이는 일반 경유 수만ℓ가 담긴 탱크와 드럼통 100여 개가 별다른 안전시설도 없이 도로변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는 흔하디 흔한 주유소가 한 곳도 없다 보니 빚어지는 일이다.
가거도 주민들은 이처럼 길가에 탱크와 드럼통을 쌓아 놓고 기름을 넣어 보관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있다. 파란색 탱크 60여 개에는 선주들이 사용할 어업용 면세 경유를 1000ℓ씩 담고, 회색 드럼통 30여 개에는 화물차용 일반 경유를 넣어 구분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하 저장 탱크가 없는 탓에 유류 수송선이 섬을 찾을 때마다 3개월치 사용량에 해당하는 200드럼의 기름을 미리 주문하고 있다. 태풍·풍랑 등 기상 여건에 따라 배가 운항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위험 물질인 유류 탱크가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점이다. 더구나 휘발유 보관 탱크는 아예 없다. 휘발성과 폭발력이 강한 유류 탱크가 충격을 받을 경우 그로 인해 주민들이 입을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주유소 설치를 요청해 왔지만, 정부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외면하고 있다.
때마침 전남군과 신안군이 가거도 항만 배후지 지하에 600㎥ 규모의 유류 저장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을 내년도 국비 지원 건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사업에는 30억 원의 예산과 운영비가 필요해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열악한 환경에도 국토의 서남단을 지켜 온 가거도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소득 향상을 위해 유류 저장 시설 건립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은 지하 저장 탱크가 없는 탓에 유류 수송선이 섬을 찾을 때마다 3개월치 사용량에 해당하는 200드럼의 기름을 미리 주문하고 있다. 태풍·풍랑 등 기상 여건에 따라 배가 운항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