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도자 K 씨의 발표-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2년 10월 13일(목) 22:30
요즘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을까 싶은 무분별한 언동들을 보면서 여러 해 전 청년 지도자 훈련에 참석한 K 씨의 발표가 새삼 생각난다. 필자가 당시 청년 훈련을 심화시키기 위해 원불교 훈련 과정을 정하고 솔성요론(率性要論) 중에서 제목을 정하여 강연 연습을 시켰는데 그때 K 씨가 뽑은 제목은 ‘다른 사람의 그릇된 일을 견문하여 자기의 그름을 깨칠지언정 그 그름을 드러내지 말 것이요’라는 솔성요론 10조였다.

그는 먼저 다른 사람의 그릇된 일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를 몇 가지 경우로 설명하였다. 소문의 주인공이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일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당한 화젯거리를 얻은 것처럼 흥미를 가지고 전파하기에 바쁜데 재주껏 상상을 보태어 과장하며, 더욱이 상대가 자기와 경쟁이나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일 경우는 아주 묵은 체증이 가시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며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부풀리고 광고하는 데 열을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그 소문이 자기와 연관될 소지가 있을 경우, 즉 같은 조직의 일원이거나 자기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을 경우는 부지런히 관계를 정리하여 그 조직에서 탈퇴를 시키거나 아니면 스스로 멀리하여 친분이 없는 것으로 알리려는 등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소문의 주인공이 자기의 형제이거나 부모일 때는 우선 부인하고 감싸며 사건의 경위와 사실 여부를 알아보고 피해를 최소화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바탕 하여 우리가 취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하여 요령 있게 정리해서 발효한 K 씨의 5분 설교는 나로서는 단순한 평점의 대상이 아니라 큰 교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당시 학생이었던 그가 이제 대학 강단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학자로 성장하기까지 10여 성상이 휠씬 지난 지금에도 K 씨의 그때 그 강연 내용은 지금도 나의 솔성의 한 표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일원상을 신앙한다는 것은 만유가 한 체성임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만유가 한 체성인 그 자리엔 나 이외의 남이 있을 수 없다. 시방 일가(十方一家)요, 사생일신(四生一身)이다. 성자들의 마음은 바로 어떤 중생도 남으로 보지 않는 마음이다. 모두가 내 형제요, 내 권속이다. 시방의 모든 동포도 그럴진대 한 스승 밑에 한 목적으로 모인 법연들이야 더욱 가까운 사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내 부모 같고 내 형제 같은 사람 사이에 어떤 허물을 보았을 때나 어떤 소문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왔던가. 혹시 세상 사람들처럼 선전하기에 바쁘고 과장하기에 바쁘고 비난하기에 바쁘지는 않았는가. 대부분 소문은 가까이 가서 그 진위를 살펴보면 사실무근인 경우나 오해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혹은 사실의 경우에도 알고 보면 인간적 이해가 가는 일들이며 나도 그런 경우를 당하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일들일 경우도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엉뚱한 소문에 휘말릴 때도 있다. 이럴 때 정말 가까운 마음이 되어 내 형제 내 부모의 일로 알고 당인들의 심정이 되어 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깊은 산속에 사는 토끼 한 마리가 도토리 한 알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땅이 꺼진 줄로 알고 크게 놀랐다. 그래서 “땅이 꺼졌다”고 외치며 앞을 다투어 도망갔다. 한참을 달려가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어디에 땅이 꺼졌는가를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 원인을 찾다 보니 토끼 한 마리의 놀람에서 시작된 것을 알고 모두들 어이없어 했다. 인간 세상에 이런 일들은 흔히 있다. 부화뇌동하는 군중 심리가 그런 것이다.

다변화되고 민주화되어 가는 사회일수록 냉철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수행인은 먼지투성이의 시끌벅적한 이 세상에서 항상 스스로를 관조하고 냉철한 자기반성과 수행 정진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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