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뒤집힌 금광기업 726억 소송
2022년 05월 26일(목) 20:45
옛 사주측 상대 제기…법 “과거 채권 포기 전제 경영권 매각…지급 요구 부당”
남광토건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금광기업이 옛 금광기업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에 수백억원대 채무를 갚으라고 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패했다. 금광기업 입장에선 1심에선 ‘없던 726억원’이 생겼다가 항소심 패소로 받을 돈이 다시 0원이 된 셈이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식회사 ‘누가개발’은 지난 2006년 4월 금광기업에 950세대 규모 군산지역 아파트 건설을 1389억원에 맡겼다. 금광기업은 2008년 12월 공사를 마쳤다. 누가개발은 2011년 9월까지 94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448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누가개발이 금광기업에 2010년 3월까지 491억원을 빌렸다가 278억원을 갚지 않았다. 누가개발이 총 726억원의 채무를 금광기업에 졌지만, 사실상 누가개발은 금광기업이 아파트 건설을 위해 신설한 법인으로 둘은 한몸이나 다름 없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금광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2010년 5월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다. 회생절차 진행 중 금광기업의 경영권은 고경주씨 일가에서 봉명철씨 등이 지배하는 세운건설 측에 넘어갔다. 당시 금광기업 주식 83.26%의 양도 가격은 315억원에 책정됐다. 이 과정에서 고경주씨는 봉명철씨에게 찾아가 주식양도계약 부속 약정서에 “군산 아파트(누가개발)는 제외해달라”고 요청했고, 봉씨는 이를 받아들여 수기로 적었다.

금광기업 경영권은 탈없이 바뀌었으나 수년이 흘러 금광기업이 돌연 ‘군산 아파트’ 관련 공사대금 등 채무 726억원을 갚으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생겨났다. 갈등은 소송으로 비화됐고 1심 법원은 2020년 7월 원고인 현 금광기업 측(봉명철) 손을 들어줬다. 채권 포기·면제 의사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데다, 관련 증거가 없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근거였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민사 2부(부장판사 최인규)는 지난 25일 원심을 깼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측은 과거 해당 채권을 포기·면제한다는 전제에서 옛 사주(고경주)와 주식양도계약 금액을 정하고 기업을 인수한데다, 옛 사주 지배회사로부터 담보제공을 받는 등 이익도 누렸다”면서 “그런데 수년 뒤 그 포기·면제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다시 726억원이라는 거액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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