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 도올
2022년 01월 06일(목) 05:00
TV로만 봤던 도올 김용옥 선생을 만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어머니가 시집와 살았던 해남 가학산에 ‘전남 인재 학당’을 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서울 혜화동 거처를 찾아가 맞절을 한 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도올은 자신이 ‘전남인’이라면서 전남 발전 방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전라도는 우리나라 고난의 역사 한 가운데에서 아픔을 깊이 느꼈으며 그 체험을 통해 특이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전라도의 잠재적인 역량을 21세기 새로운 에너지로 분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남도의 지역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극찬하면서, 농촌을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는 전남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동서양사를 통찰하며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철학자·교육자·작가·방송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농촌 사수’를 자신의 마지막 남은 역할이라고까지 했다.

도올은 “생명의 조건은 자연이며 어떠한 산업적 발전도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펴며 “전남만이라도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국토의 지킴이라는 공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며 전남도가 지난 2019년 7월 최초 시도한 농민수당도 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인연을 맺은 뒤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는데, 최근에는 ‘농촌 개벽 대행진’에 매진하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 오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도올TV에 초청해 대담했는데, 여기에서도 주제는 농촌이었다. 이 후보와 도올은 ‘소멸 농촌·지방’과 ‘과밀 도시·수도권’의 해법은 농촌·지방에 대한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투입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도시는 끝없이 농촌을 잠식해 가고 있다. 수도권은 한없이 지방에서 인구·자본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농촌과 지방이 존재할 때만 가능한 말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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