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삶
2021년 12월 28일(화) 03:00
“제일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뭐라 답할 것인가?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를 테니 대답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지리산 시인’으로 불리는 박남준(64)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시인이니까 내 맘에 드는 시 한 편 썼을 때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또 언제 행복하냐면 내가 가진 삶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을 때, 가급적이면 세상의 공동선(共同善)에 가까운, 그러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누어졌을 때다.”

시인은 통장에 ‘관(棺) 값 300만 원’만을 남겨 놓고 나머지는 아낌없이 기부를 한다. 특히 기부금을 정기적으로 자동이체하면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오래전부터 실천해 오고 있다. 물론 얼마 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구례군 산동면사무소 앞에는 ‘신(新) 타인능해(他人能解) 나누고 가게’가 있다. 산동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산동면 저소득 계층이 한 달에 두 차례 3만 원 상당의 쌀과 라면·통조림·세제 등 생활용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무료 나눔 가게이다. 가게는 주민과 향우들이 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최근까지 130여 명이 물품이나 현금으로 기부를 했고, 주민 800여 명이 가게를 이용했다.

유용만 협의체 위원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회원들과 새해에도 ‘나누고 가게’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재원(기부금) 조성이 염려돼서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인 ‘나눔’과 ‘기부’는 세밑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기부 천사’와 ‘기부계의 홍길동’이라 할 수 있는 ‘기명(記名) 천사 김달봉 씨’의 ‘나누는 삶’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5·18민주광장에 세워진 광주 ‘사랑의 온도탑’의 붉은 막대는 현재 45도에 머물러 있다. ‘타인능해’ 정신으로 수은주를 끌어올릴 ‘사랑의 온기’가 더욱 필요한 때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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