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조사’ 국가 불균형 초래한다
2021년 06월 04일(금) 01:00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기준인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가 오히려 국가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지적은 아니다. 예타 제도는 IMF 직후인 1999년 사업성 없는 지출로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도입했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거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 사업이 대상이다.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운영 측면에서 효율과 경제성을 중시하다 보니 국가 재정이 오히려 잘사는 지역에 편중되면서 지역 간 양극화, 특히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불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광주일보가 예타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21년간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를 전수조사 해 보니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예타를 통과했거나 면제된 280조 원(618건)의 사업 가운데 호남 비중은 14.6%에 그친 반면 수도권(35.0%)과 영남권(26.5%)이 61.5%로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 국가 재정이 집중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자료를 보더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컸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SOC사업 중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탈락한 사업의 78%가 비수도권인 데 비해 예타를 통과한 사업의 82%는 수도권이었다.

정부도 이 같은 불합리성을 깨닫고 최근 균형발전지표를 활용해 지자체의 지역낙후도 지수를 산정하기로 하는 등 표준 지침을 개선했다. 하지만 지역낙후도지수의 지표만 늘렸을 뿐 가장 중요한 지역낙후도 비중은 높이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제도 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국가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예타를 개선해 쇠락한 지역을 되살려야 한다. 경제성은 낮지만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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