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이왕가박물관 희귀 사진 16점 공개
2020년 11월 25일(수) 13:16
일제 의해 창경궁 전각에 전시된 유물 사진
박물관 누리집 통해 원본 파일 활용가능

일제강점기 이왕가박물관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 창경궁 명정전의 뒤 툇간에 진열된 석조 유물을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으로 유물 앞에 놓인 ‘3703’이라는 숫자는 소장품 번호로 보인다. 눈금이 표시된 자가 함께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소장품 관리용으로 촬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 관련 사진 16점을 공개했다.

박물관 누리집(gogung.go.kr·소장품 검색)을 통해 공개된 사진은 초기 박물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원본파일은 누구든 자유롭게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유리판에 액체 상태의 사진 유제를 펴 바른 후 건조한 유리건판 사진으로 현대의 흑백사진 필름에 해당한다.

이왕가박물관은 일제의 주도로 1909년 창경궁안에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 시기 일제는 식물원과 동물원을 함께 조성해 창경궁을 공원으로 격하시키고 명칭도 창경원으로 변경했다. 이후 1938년 덕수궁에 새로 세운 이왕가미술관으로 소장품을 이전하면서 창경궁의 이왕가박물관은 폐관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왕가박물관은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 내부와 명정전 뒤쪽 툇간(건물 바깥쪽으로 추가로 기둥을 세워 붙여 지은 공간)에 석조 유물을, 함인정과 환경전 그리고 경춘전에는 금속기와 도기, 칠기류 유물을 전시했다. 또 통명전과 양화당에는 회화 유물을 전시하는 한편 1911년 옛 자경전 자리에 건립한 신관 건물에 금동불상과 나전칠기, 청자와 같은 ‘명품 유물’을 전시했다.

이런 연구 내용은 주로 문헌 기록에 근거한 것으로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각자료는 알려진 사례가 매우 드물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새로 공개한 유리건판 사진은 명정전 내부에 전시 중인 팔부중상조각이 있는 석탑 기단부 면석과 금동불상, 중국 불비상(돌을 비석 모양으로 다듬고 부조로 새긴 불상) 그리고 또 다른 건물에 설치된 고구려 벽화고분 모형 등을 촬영한 것들이다.

사진을 통해 창경궁 전각을 전시실로 사용하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촬영 대상 유물 곁에 고유번호를 기재한 표지, 크기 측정을 위한 자가 함께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 유리건판 사진은 이왕가박물관 소장품 관리 업무의 하나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촬영 시기는 이왕가박물관이 사진 속 중국 불비상을 입수한 1916년에서 1938년 사이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에 공개하는 사진을 포함해 일제강점기에 이왕가박물관 소장 유물을 촬영한 유리건판 약 7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사진 자료별로 디지털화 작업과 내용 확인을 완료했으며, 추가적인 준비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전국박물관소장품을 검색할 수 있는 ‘이(e)-뮤지엄’에 유리건판 사진 전체 파일과 세부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박유연 기자 flexibl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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