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신기마을] 풍요의 바다·빼어난 경관…새롭게 일어나는 마을
2020년 09월 08일(화) 18:00 가가
도시민 ‘전남어촌탐구생활’ 체험에
감성돔 낚시와 ‘차박 여행지’ 인기
공동작업장 건립·선착장 개선 시급
감성돔 낚시와 ‘차박 여행지’ 인기
공동작업장 건립·선착장 개선 시급
진도군 군내면 신기마을 막내 천경석(36)씨의 16t 어선 ‘아발론호’는 오늘도 새벽 바다를 가른다.
신기마을에 터전을 잡은 지 3년 만에 천씨의 전복 양식장은 150칸 늘린 550칸이 됐다. 가두리 1칸은 전복 50㎏ 정도를 출하한다.
4년 전 고향 완도를 떠나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건 마을이 지닌 ‘기회’와 ‘온정’ 때문이었다. 마을 자랑을 반드시 기사에 실어줄 것을 재차 당부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신기맨’이다.
“신기어촌계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어 다른 지역에서 온 어촌계원들이 많아요.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며 양식장을 꾸려나가고 있죠. 신기마을 앞바다는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천연 갯벌 덕분에 전복 폐사율이 훨씬 낮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 기회를 준 신기마을에 항상 고마울 따름입니다.”
90가구 150여 명이 사는 진도 신기마을에서는 42%에 달하는 38명이 어업에 임하고 있다.
마을 역사가 60년도 채 되지 않은 이곳 신기마을은 ‘시작’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근 10년 동안 이 마을에 18가구가 둥지를 틀었다.
신기어촌계와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는 힘을 합해 올 6월 ‘전남어촌탐구생활’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도시민들은 3박 4일 일정으로 어촌에서 먹고 자며 귀어를 체험해왔다.
도시민들의 신기어촌 경험은 ‘체험 삶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 신기어촌계에서는 대충이란 말이 없다. 참가자 모두 작업복을 걸치고 양식장에서 물고기 밥을 주고 전복을 따며 어민의 생활을 몸으로 익혔다.
어민에게 삶의 터전인 이 마을은 외지인에게는 자신만 알고 싶어 ‘숨어서 찾는’ 휴양 명소가 됐다.
호랑이 등마루를 닮은 범바위 등산로는 신기마을의 대들보 같은 존재다. 범바위 등산로는 신기와 나리, 죽전 3개 마을을 아우르고 있다. 주민들은 10년 전. 마을이 생겨날 때부터 만들어졌던 오솔길을 복원하며 등산로 복원에 나섰다.
무조항부터 신기항까지 6.5㎞에 걸쳐 펼쳐진 이 길에서는 남대문, 촛대바위, 개바위, 사랑바위 등 기암괴석들을 만날 수 있다. 생김새가 다른 바위들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도 다채롭다. 세방낙조에 버금가는 일몰 풍경을 지닌 전망대는 사진작가들의 단골로 점찍어졌다.
신기마을 무조항 들목에는 김정숙(60)씨의 노후의 꿈을 실은 캠핑카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 선착장에선 다도해 해상에 병풍처럼 늘어진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차박’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김씨는 “4년 전부터 주말마다 무안에서 이곳으로 차박 여행을 왔더니 신기마을을 제2의 고향 삼고 싶어졌다”며 “낚싯대를 드리울 때마다 턱하니 잡히는 감성돔과 붕장어는 그날의 좋은 저녁거리가 돼준다”고 말했다.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친구들에 특별한 밥 한 끼 선물하고 싶다면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자연과 민속’(무조길 19)을 추천한다.
김판용(70)·오삼숙(69)씨 부부가 20년 넘게 지켜온 이 집은 오방색으로 물들인 전통 연과 처마 끝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날 전화 예약을 하면 제철 수산물로 차려진 푸짐한 한 상을 한 사람당 2만5000원에 받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숭어 어란도 맛볼 수 있다. 숭어알을 자연 건조시켜 만든 어란은 짭조름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쌀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신기마을의 주요 수입원은 전복과 광어로, 생산액이 150억원을 웃돈다.
신기마을 앞바다 전복 가두리 양식장은 6000칸 규모(20ha)로, 연매출 3억~4억원을 찍는 어업인도 있다.
신기어촌계는 귀어 희망자가 정착금이 많지 않더라도 전복 양식장 지분을 ‘주주’처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복 가두리 양식장 30칸을 시작하는 데 7000만원 정도 든다.
한파가 물러간 4~5월 신기 앞바다에는 숭어떼가 몰려와 어선을 채운다. 연간 20t이 잡힌다.
이곳 숭어 시세는 ㎏당 6000원 안팎이지만 가공시설이 없는 탓에 절반 가량 버려지고 있다. 여름에는 반건조 가공해 온라인 판매를 벌이고 있지만 생산량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30대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장을 맡아온 윤재암(62)씨는 “우리 마을에 공동작업장이 마련되면 사시사철 숭어를 가공·유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년 넘는 몰두 끝에 마을 상수원을 개발할 정도로 마을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20여 년 전 조성된 신기항은 항구가 좁은 데다 얕은 수심에 갯벌이 차오르는 탓에 항구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우리 어촌계 어선 36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선착장 개선공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신기마을에 터전을 잡은 지 3년 만에 천씨의 전복 양식장은 150칸 늘린 550칸이 됐다. 가두리 1칸은 전복 50㎏ 정도를 출하한다.
“신기어촌계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어 다른 지역에서 온 어촌계원들이 많아요.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며 양식장을 꾸려나가고 있죠. 신기마을 앞바다는 게르마늄이 다량 함유된 천연 갯벌 덕분에 전복 폐사율이 훨씬 낮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 기회를 준 신기마을에 항상 고마울 따름입니다.”
마을 역사가 60년도 채 되지 않은 이곳 신기마을은 ‘시작’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근 10년 동안 이 마을에 18가구가 둥지를 틀었다.
도시민들의 신기어촌 경험은 ‘체험 삶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 신기어촌계에서는 대충이란 말이 없다. 참가자 모두 작업복을 걸치고 양식장에서 물고기 밥을 주고 전복을 따며 어민의 생활을 몸으로 익혔다.
어민에게 삶의 터전인 이 마을은 외지인에게는 자신만 알고 싶어 ‘숨어서 찾는’ 휴양 명소가 됐다.
호랑이 등마루를 닮은 범바위 등산로는 신기마을의 대들보 같은 존재다. 범바위 등산로는 신기와 나리, 죽전 3개 마을을 아우르고 있다. 주민들은 10년 전. 마을이 생겨날 때부터 만들어졌던 오솔길을 복원하며 등산로 복원에 나섰다.
무조항부터 신기항까지 6.5㎞에 걸쳐 펼쳐진 이 길에서는 남대문, 촛대바위, 개바위, 사랑바위 등 기암괴석들을 만날 수 있다. 생김새가 다른 바위들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도 다채롭다. 세방낙조에 버금가는 일몰 풍경을 지닌 전망대는 사진작가들의 단골로 점찍어졌다.
신기마을 무조항 들목에는 김정숙(60)씨의 노후의 꿈을 실은 캠핑카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 선착장에선 다도해 해상에 병풍처럼 늘어진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차박’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김씨는 “4년 전부터 주말마다 무안에서 이곳으로 차박 여행을 왔더니 신기마을을 제2의 고향 삼고 싶어졌다”며 “낚싯대를 드리울 때마다 턱하니 잡히는 감성돔과 붕장어는 그날의 좋은 저녁거리가 돼준다”고 말했다.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친구들에 특별한 밥 한 끼 선물하고 싶다면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자연과 민속’(무조길 19)을 추천한다.
김판용(70)·오삼숙(69)씨 부부가 20년 넘게 지켜온 이 집은 오방색으로 물들인 전통 연과 처마 끝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를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날 전화 예약을 하면 제철 수산물로 차려진 푸짐한 한 상을 한 사람당 2만5000원에 받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숭어 어란도 맛볼 수 있다. 숭어알을 자연 건조시켜 만든 어란은 짭조름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쌀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신기마을의 주요 수입원은 전복과 광어로, 생산액이 150억원을 웃돈다.
신기마을 앞바다 전복 가두리 양식장은 6000칸 규모(20ha)로, 연매출 3억~4억원을 찍는 어업인도 있다.
신기어촌계는 귀어 희망자가 정착금이 많지 않더라도 전복 양식장 지분을 ‘주주’처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복 가두리 양식장 30칸을 시작하는 데 7000만원 정도 든다.
한파가 물러간 4~5월 신기 앞바다에는 숭어떼가 몰려와 어선을 채운다. 연간 20t이 잡힌다.
이곳 숭어 시세는 ㎏당 6000원 안팎이지만 가공시설이 없는 탓에 절반 가량 버려지고 있다. 여름에는 반건조 가공해 온라인 판매를 벌이고 있지만 생산량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30대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장을 맡아온 윤재암(62)씨는 “우리 마을에 공동작업장이 마련되면 사시사철 숭어를 가공·유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년 넘는 몰두 끝에 마을 상수원을 개발할 정도로 마을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20여 년 전 조성된 신기항은 항구가 좁은 데다 얕은 수심에 갯벌이 차오르는 탓에 항구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우리 어촌계 어선 36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선착장 개선공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