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천마을] 겨울에 석화 맛봤나요 ? 금천마을 굴 드셨네요 !
2020년 07월 22일(수) 00:00
1965년 전남서 첫 굴 양식…연 4000t 생산, 전남산의 80%
매년 수백~수천t 굴 껍데기 둘 곳 없는 어민들 ‘한숨’
어촌 뉴딜로 공동작업장 만들고 비좁은 금천항 개선됐으면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 금천마을의 자랑은 굴(석화·石花)이다. 1965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굴 양식에 성공한 금천마을 금봉어촌계는 전남산(産) 양식 굴의 80% 수준인 4000t을 생산한다. 마을 앞 가막만에 설치된 굴 양식장.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 금천마을의 자랑이자 핵심자원은 석화(石花·굴)다. 1965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굴 양식에 성공한 금천마을은 전남산(産) 양식 굴의 80%를 길러내고 있다. 통영·거제 등 경남 해상과 달리 수심이 낮은 전남 앞바다에 적합한 수하식양식(垂下式養殖) 기법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고안해낸 곳도 이 마을이다. 최초·최대 수식어가 붙는 만큼 굴에 대한 어민들의 자부심은 높고, 마을 앞바다 가막만에 대한 사랑도 깊다.

어촌계 137가구는 대부분 가막만에서 굴 양식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42ha(12만7000평)의 양식장에선 겨울마다 4000t 안팎의 굴이 생산된다. 어촌계장 황규환(64)씨는 “지난겨울 광주·전남에서 굴을 맛봤다면 십중팔구는 우리 마을 어촌계가 길러낸 굴이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황 계장은 “고흥·완도 등에서도 적게나마 굴 양식이 이뤄지고 있으나 전남산 굴은 대부분 이곳 여수 가막만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국내 총생산량에서 전남이 차지하는 양은 약 20% 수준이며, 최대 산지는 약 70%를 생산하는 통영·고성·거제 등 경남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릴 정도로 영양 만점이다.

단백질 중에서도 필수 아미노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칼슘과 비타민 A, B, C 등이 풍부하다. 피부 미용과 피로 회복에 좋고 고혈압과 뇌졸중, 동맥경화, 간장병, 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자연산과 달리 양식 굴이 씨알도 굵고 영양과 맛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자리를 잡으면서 금천마을 양식면적도 가파르게 늘었다. 수확철인 겨울에는 도시에서 화물차를 몰고 온 도매상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식도락가들은 찬바람이 불면 시원한 굴을 찾지만, 어촌 사람들은 6월부터 손이 바빠진다.

지난해 자연에서 산란한 유생들을 가리비 등 조가비에 붙여 ‘단련장’에서 키워왔던 것을 이때부터 마을 앞 수심 8m 양식장으로 옮겨와 기르기 시작한다. 양식장은 밀물 썰물과 관계없이 종일 바닷물 아래에 잠기는 탓에 단련장에서 콩알 크기만 했던 굴은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고 한다. 먹이는 자연산 굴과 마찬가지로 플랑크톤이다.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 하늘에서 내려다본 금천마을 전경. 마을 뒷산과 논·밭 그리고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어촌마을에는 170가구 336명의 주민이 산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굴 생산은 보통 11월부터 3월까지 이뤄진다. 곳에 따라 5월까지 출하를 이어가는 어가도 있다. 한겨울 별미로 꼽히지만 3월 굴을 최고로 치는 어민들도 있다. 바다에서 성장을 거듭하면서 살이 통통하게 올라 크기도 크고 영양이 꽉 들어찬 시기가 3월이라는 점에서다.

어민들에 따르면 금천마을에서 생산된 굴은 껍질을 깐 알굴로 전체의 10%가 팔려간다. 껍질째 망에 넣어 유통되는 각굴 형태로 약 80%가 팔려가고 나머지 10%는 통조림공장 등으로 출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택배 주문 창구를 개설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데다 고정 거래처로 완판되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마을은 굴로 먹고살지만 굴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도 한다. 바로 굴 껍데기(조가비) 문제다.

굴껍질이 적당히 나온다면 갈아서 밭에 석회비료로 쓰면 되지만 그 양이 엄청나서 한계가 있다. 한적한 곳에 저장하면 여수시에서 1년에 몇 차례 수거해가지만 보관이 문제다. 썩는 냄새가 온 동네를 진동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패각을 육지에 저장하지 못하고 앞바다 섬 한 귀퉁이에 저장하고 있다. 이마저도 저장 공간이 부족한 탓에 어민들은 패각 저장 공간 확보에 지자체나 정부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민 김용곤(56)씨는 “굴껍질이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땅에 묻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마다 수백~수천t이 나오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며 “관계당국에서 대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천마을 인구가 줄고 청년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고민이다.

어민 정용배(58)씨는 “마을에 젊은이가 없다. 이대로 가만두면 마을이 사라질지 모른다”며 “여수시·전남도·정부가 청년들이 바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어민들은 마을 앞 금천항 불편에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금천항에서 만난 황기평(58)씨는 “금천항 방파제가 바다로 1km는 뻗어 나갔어야 했는데, 채 절반도 되지 않아 썰물에는 배를 댈 수 없고 대더라도 밀물 때가 아니면 바다로 나갈 수가 없다”며 “태풍에도 피항하기가 쉽지 않다. 조속히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 300’ 사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희망에 부풀었다. 올겨울 사업 대상지에 금천마을이 포함된다면, 공동 수산 작업장·판매장·휴식공간 등을 갖춘 복합센터를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천항 방파제 정비 역시 어촌뉴딜 300 사업에 해당하는 만큼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황 계장은 “겨울에도 춥지 않은 곳에서 어민들이 함께 작업하고, 외지인을 위한 수산물 판매장이 개설되면 일하기에도 좋고,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며 “일하는 환경이 개선되고 돈벌이가 더 된다면 사람이 좀 더 찾아들고 마을도 활기를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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