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황정견, 북송 시인·서예가…강서시파 핵심

2020년 03월 24일(화) 00:00

<초당대총장>

황정견(黃庭堅, 1045~1105)의 자는 노직(魯直)이고 호는 산곡도인(山谷道人)으로 강서성 분령 출신이다. 북송 신종, 철종, 휘종 때의 시인이자 서예가다.

부친은 시를 사랑하고 책을 애독한 지식인이었다. 외숙부 이상(李常)도 선비로 어린 황정견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책 읽는 것을 즐겨했다. 일곱 살 때 지었다는 목동시(牧童詩)를 보면 조숙한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농촌 생활의 평안함과는 다른 세속적 삶의 덧없음을 묘사했다. 세속적 명리 보다는 정신적 지고함을 중시하는 인생관을 잘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다. 치평 4년(1067) 23세에 진사시에 합격해 관리 생활을 시작했다. 하남성 엽현, 강서성 태화 지현을 역임했다. 국자감 교수를 거쳐 철종 원우 원년(1086) 비서승 겸 국사편수관이 되어 신종실록을 편찬했다. 실록을 왜곡 편찬했다고 신법당의 장돈, 채변에게 탄핵을 받아 사천성 검주에 유배되었다. 1101년 휘종이 즉위하자 일시 재기용되었지만 광서성 의주로 유배되어 생을 마쳤다.

젊어서 소식은 그의 작품을 보고 당대에 필적한 사람이 없다고 극찬했다. 문명을 크게 떨쳤고 진관, 조보리, 장뢰와 함께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로 불렸다. 정치적으로는 소식과의 인연으로 구법당에 속해 왕안석의 신법을 비판했다. 소식과는 서로 시를 주고 받는 문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세상 사람들은 둘을 소황(蘇黃)이라 불렀다. 소식의 추천으로 신종실록 편찬에 참여했는데 신법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유배되어 남방의 습기차고 무더운 날씨를 견디며 창작 생활을 이어갔다. 성당 시대 두보의 시풍을 많이 따랐다. 시어의 구사에 신중을 가하고 시상을 응축시키는 구성 방식,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태도를 견지했다. 시의 창작과 관련해 환골탈태법(換骨奪胎法)을 제시했다. 옛 시인들의 시구를 창조적으로 모방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나라의 이백, 백거이 등의 시를 새롭게 창작한 작품을 발표했다. 진사도, 진영의, 여보중 등과 함께 강서시파(江西詩派)의 핵심 인사가 되었다. 여보중이 휘종때 강서시파종사도를 편찬해 후일 강서시파로 불리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활 경험이나 각자의 주관적 감성을 주로 묘사했다. 북송 말기를 거쳐 남송 시대에 이르러 시단 전체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육유, 양만리, 우무, 범성대는 남송사대가(南宋四大家)로 칭하는데 강서시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장돈, 채변이 신종신록 편찬과 관련해 그를 탄핵할 때의 일이다. 그들은 천여 개의 조항을 근거가 없다고 문제 삼았다. 실무진들이 검토한 결과 실제로 근거가 없는 것은 겨우 32개 조항에 불과했다. 그가 쓴 내용에 “철제 갈퀴로 황하를 치수하니 아이들의 장난과 같았다”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하문하자 “내가 당시 국자감 교수로 재직중이었는데 참으로 아이들 장난 같이 보였다”고 답하였다.

신종 원풍 연간(1078-85) 조정지가 덕주의 통판으로 근무했는데 황정견이 덕평진 진감의 직위에 있었다. 조정지가 덕평진에서 시역법을 시행하려고 하니 황정견이 반대했다. 덕평진이 지역이 작고 주민도 가난해 부담을 감당키 어려워 필시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직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로 소식의 회고다.

숭년 연간 사마광, 소식 등 구법당의 잘못을 밝히는 원우당인비를 세웠다. 태수가 비석을 새기는 사람을 불러 지시하니 그가 말하기를 “예전에 소인의 집안은 가난했는데 소식과 황정견의 문장 및 글씨를 새겨서 마침내 배부르고 따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황정견의 이름을 두고 간사한 인물이라고 새기라 하시니 진실로 차마 할 수가 없습니다” 태수가 이를 의롭게 여겨 말하기를 “어질구나. 사대부일지라도 오히려 그대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조정지가 어사중승이 되자 황정견이 이의를 제기했다. “조정지는 장돈, 채변, 증포에게 아첨해 승진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대부들이 그를 다른 고장 출신의 복건사람(福建子)이라고 부릅니다. 굽어 살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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