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코로나 코로나!
2020년 02월 27일(목) 00:00
‘아, 코로나 코로나!’ 이렇게 제목을 정해 놓고 보니 아주 오래된 옛 노래(올드 팝송) 하나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세환이 번안해 부르기도 했던 ‘코리나 코리나’. 노랫말에 수십 번 나오는 ‘코리나’는 꿈에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모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는 꿈에서라도 볼까 두려운 악마의 이름이다.

어릴 적 티브이(TV)에 나오는 의사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죽어 가는 사람들을 멋지게 살려 냈고 ‘블링블링’ ‘럭셔리’했으며 예쁜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다. “의사가 되고 말 테다. 의사가 되어 찬란한 인생을 사는 거야.”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박 원장은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을 차근차근 밟는다. 초·중학교 시절엔 피시방이나 노래방 가고 싶은 마음도 억누르고, 재수·삼수 시절엔 술 마시자는 친구들의 유혹도 물리치며, 드디어 의대 합격!

이제 찬란한 인생이 시작되는가 했다. 그러나 의대 6년은 더 어려웠고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은 더욱 힘들었다. 가까스로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 군의관 3년2개월과 순환기 펠로우 2년에 소화기 펠로우 2년을 견뎌 냈다. 어느덧 40대 대머리 아저씨가 되긴 했지만 거액 대출을 받은 뒤 상가를 빌려 병원을 차리고, 그렇게 박 원장은 내과의원 원장이 되었다. 그러나 손님은 뜸하고, 마누라 명품 구입 카드 대금 청구서는 수시로 날아들고, 빚만 3억이 넘는데 매달 적자는 1천만 원 이상 쌓여 갔다.



도시는 적막에 휩싸이고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중동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 일로에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마누라는 무섭다며 병원 나가지 말라는데, 월세 내야 하고 월급 줘야 하고 카드값도 갚아야 하는 우리의 불쌍한 박 원장은, 손님이 있든 없든 병원에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기침도 나고 열이 난다는 어느 환자를 진료하면서 ‘혹시 어디 다녀오신 데는 없냐’ 질문을 던지는데,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지난주에 중동에서 낙타 타고 낙타고기 먹고 왔다는 것이다. “아니 그럼 1339에 전화하셔야지 이런 데를 오시면 어떡해요?” 박 원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결국 그 환자는 43번째 확진자가 되었고 박 원장은 폐쇄된 의원에 자가 격리되었다. 급기야 환자의 동선마저 노출되더니, ‘박 원장 내과는 앞으로 절대 방문하지 말라’는 뉴스까지 뜨고 만다. “아, 이렇게 망하면 내 병원 대출금은 누가 갚는 거지? 목숨을 건 진료의 결과가 이런 거란 말인가” 의사가 되어 멋지게 살아 보리라던 박 원장의 꿈은 산산조각 부서지고 만다.

이상은 대충 줄여 본 인터넷 웹툰 ‘내과 박 원장’의 줄거리다. 독자들은 한결같이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는 반응을 보인다. 문제는 만화보다 현실이 더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공포가 온 나라를 엄습하고 있다. “광주에서 발생된 16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는 저희 병원과 무관합니다.” 얼마 전 화정동 미래로21병원이 병원 입구에 이런 안내문을 내건 것도 코로나 공포가 얼마나 심한 것인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병원 측으로서는 광주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 환자(16번)가 발생했던 광주 21세기병원과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당연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엊그제 유스퀘어에서는 또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터미널 안 대형서점에 쓰러졌던 20대 남성이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자 “신천지 대구 교회를 다녀왔다”고 말한 것이다. 이 사실은 에스앤에스(SNS)에 급속히 퍼지면서 광주 사람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했다. 하지만 긴급 이송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이 젊은이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그때서야 그는 ‘대구를 방문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사람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하지만 요즘 대구 신천지 교회와 관련된 확진자가 계속해서 급격히 불어나면서, 도시 전체가 다시금 적막에 휩싸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벌써 두 달째.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상인들은 텅 빈 거리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짓는다. 이따금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행여 바이러스가 옮을까,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왁자지껄한 젊은이들 목소리 대신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만 빈 거리를 채운다. 주말 영화관도 띄엄띄엄 앉아 있는 몇몇 관객이 보일 뿐 영사기만 저 혼자서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반면 아파트 주차장은 차를 세울 데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집 밖으로 나가면 만지게 될 엘리베이터 버튼, 문손잡이 등 모든 것이 찜찜할 뿐이니 두문불출. 마스크도 병의 전파를 막는 데는 쓸모가 있지만 내 몸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일부 세균을 다시 들이마시게 되니 건강에 해롭다는 말도 있다. 그래, 당분간은 방에 콕 처박혀 지내는 ‘방콕’-유식한 말로 하면 ‘자발적 자가 격리’가 상책(上策)이다.



이 시련 언제쯤 끝나려나



혼자 방 안에서 티브이를 보다 보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으나, 화면 아래쪽에 중국어 자막이 눈에 띈다. 한국 체류 중국인의 방역 협조를 위해 제공되는 국민행동수칙이다. 자막 중에 모르는 한자가 보인다. ‘해수’(咳嗽).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깨닫는다. 기침을 뜻하는 우리말 ‘해소’가 사실은 한자말 ‘해수’(咳嗽)의 변한 말이로구나.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 알게 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코로나로 인한 ‘자발적인 자가 격리’가 가져다준 작은 소득.

티브이에서는 연일 코로나 확진자 통계와 사망자 통계를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자 수는 어제부로 어느덧 12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절반가량이 신천지 예수교 관련자들이라 한다. 우린 과거 조류독감의 사례에서 동물의 경우 밀집 사육이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 한데 사람도 좁은 곳에 너무 다닥다닥 붙어서 일을 치르다 보면 탈이 나는 듯하다. 예로부터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 했거늘. 아무래도 ‘집회와 예배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해야 할 듯싶다. “예배를 볼 때 신자와 신자 사이의 거리는 반드시 2미터 이상 유지하도록 한다. 이를 어길 시 벌금 300만 원 이상에 처한다.” 집에만 있다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 이 지독한 시련은 언제쯤에나 끝나려나. 정부에서는 또 ‘이번 주가 고비’라고 하는데, 그 말도 너무 많이 듣다 보니 늑대소년의 외침처럼 미덥지가 못하다. 이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기다려 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슬픔이 너무 길다. 고통이 너무 길다. 오작교도 없이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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