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를 통한 지역(공동체) 재생
2019년 09월 15일(일) 18:24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공유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회자되고 있다. 소유하지 않고 빌리고 나눠 쓰는 사회·경제 모델로서 현대인의 생활 트렌드에 맞춰 사회 모든 영역에서 소유보다는 공유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경험한 우리나라의 공유는 80년대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운동과, 공동구매와 같은 형태의 사회 운동인데 지금에 와서는 공유 뒤에 경제가 붙으면서 새로운 산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소유가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현재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공유경제가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당시 저성장 경제 환경과 높은 실업률이 실질 가계 소득을 저하시켰고 이는 적정하게 소비하는 합리적 소비 패턴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IT기술의 발달이다. 이는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개인을 IT 플랫폼인 SNS를 중심으로 연결하여 거래에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지역사회에서만 이루어지던 공유경제 개념이 일상생활로 확산되는 데 기여하였다. 이는 공유경제의 개념이 비즈니스로 성장 가능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상품/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간 매칭의 질 개선과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지역 기반 자원 공유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 문제 개선, 공동체 의식 제고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 직업 안정성 저해 등 부정적 면도 없지 않았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숙박,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자인 숙박과 택시업계와의 경쟁이 부각되며 사회적 갈등이 증대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도 우려된다.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관점의 공유 비즈니스에서는 기존 사업자와의 지속적인 갈등 발생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치 중심의 공유 비즈니스는 공동체에 필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자발적 참여자를 모으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비즈니스가 보지 못했던 틈새시장과 유휴자산의 활용이 가능하다. 그 예로서 공유부엌(주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광주 동구 푸른마을 공동체센터의 공유부엌이 시설과 물품 정비를 마치고 운영에 들어갔다. 개인이 일정 부분 이용 요금을 내고 공유부엌에서 스스로 음식을 만들 수도 있고, 센터가 운영하는 요리 교실에도 참가할 수 있다.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면서 나눔과 소통의 장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한다.  서구는 양동새뜰마을사업 지역 내 공유부엌 프로젝트 양동키친을 진행하고 있는데 양동시장의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 구입이 쉽고 상업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용자는 지역의 청년과 다문화가족, 예비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해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업 프로그램을 접목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양동손맛 요리교실, 어진다방 커피학당, 바리스타 교육, 전통주 제조 교육 등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늘 ‘식사하셨습니까?’ ‘밥 한번 같이 먹자’와 같은 정다운 인사들을 주고받곤 한다. 서로 관심의 정도를 나타내는 방법으로서 우리의 독특한 문화이다.  음식을 같이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 1인 가구로 살면서 겪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싶은 사람, 동네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 부엌에서 만난다. 모임이 계속되면서 단순히 음식이나 식재료를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함께 밥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로서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이렇듯 공유부엌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가 재생 또는 생성되고 또 청년과 노인 그리고 소외된 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바람직한 도시 재생을 위한 지역경제 공유모델이 될 것이다. 광주 도심의 재생 사업 지역들이 공유부엌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실험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다양한 재생 프로그램들이 도심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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