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 김금희 지음
2019년 09월 06일(금) 04:50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김금희 작가의 신작 ‘오직 한 사람의 차지’가 나왔다. 멀거나 가까운 이들에게서 어쩌다 발견하게 되는 낯선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해 서사로 풀어낸 소설집이다.

윤성희 소설가의 “나는 이 작가가 잘 쓰는 작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작가로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표현처럼, 김금희 소설에 대한 반응은 호평이 적지 않다.전작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 불쑥 생활을 장악해버린 불가해한 감정을 소상히 묘사하며 그 감정의 기원을 탐사했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평온했던 내면을 거세게 뒤흔드는 과거의 순간에 주목한다.

표제작 ‘오직 한 사람의 차지’는 아내와 장인의 눈치를 보며 힘들게 1인 출판사를 운영하다 사업을 정리했던 ‘나’의 모욕감과 상실감을 그려낸다. ‘낸다’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로부터 책에 대한 컴플레인을 받은 ‘나’는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닌 낸다를 알아가며 묘한 활기를 얻는다. 2017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체스의 모든 것’은 부끄러운 일을 당하면 계속 자조와 자학에 빠지는 ‘노아 선배’와 무신경을 가장한 강인한 자세로 모멸을 이겨나가고자 하는 ‘국화’의 대학시절 교류를 그린다. 같은 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문상’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서 연유한 죄책감이 폭력적으로 발현되는 장면을 포착한다.

김금희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동요는 우리가 살아가는 한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의 그것과 닮아 있다. 거기에는 ‘김금희표’ 나름의 독특한 인물들이 발산하는 매력이 있다. 독자들이 작가의 소설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명료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다. <문학동네·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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