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경제의 전망과 진로
2019년 01월 15일(화) 00:00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신년 벽두부터 2019년 한국 경제 전망과 관련, 다양한 견해가 속출되고 있다. 한쪽에서 ‘위기론’을 제기하면 다른 쪽에서는 ‘엄중론’으로 응수하지만 양쪽 다 한국 경제가 녹록지 않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2019 한국 경제의 대외 여건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 통상 마찰, 반도체 사이클의 현 국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 미·중·일의 거시경제 여건 등이다.

대체로 한국 경제를 진단할 때는 늘 공급과 수요 두 측면을 동시에 들여다봐야 한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전자 및 반도체, 조선 등 주요 핵심 제조업에서 재벌계 거대 기업의 성과에 기대어 제조업 세계 5대 강국의 면모를 유지해 왔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겨나고 있을까? 우선 신자유주의적 금융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비약적으로 상향 전진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 한·미·중·일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에서 근 10년 동안 상향 전진을 하지 못한 채 갇혀 있다. 잠재 GDP 증가율의 지속적인 하락과 구조적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 능력 약화가 모두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에서의 세계 강국이라는 현 지위와 면모를 유지함과 동시에 제조업의 첨단 고도화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긴 호흡과 인내로 총요소생산성과 혁신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탈산업화·서비스화의 추세 속에서 지식 기반 서비스업의 국제 경쟁력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한국 경제의 수요 측면에서의 딜레마도 공급 측면의 애로 못지않게 구조적이고 악성이다. 가계 소비의 탄탄한 뒷받침이 안정적인 총수요의 확보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계 소비는 심각한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우선 총수요 구성 요소 중 가계 소비의 비중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다음으로 경제 성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출이 국내 소비와 긴밀한 연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셋째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세대별로 볼 때, 한창 많이 소비해야 할 60대 이후 노년층들의 소비 능력(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60대 이후 노년층 소비 성향이 중년층에 비해 훨씬 낮다. 60세 이후 한국 노년층 소비 성향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일본의 노년층에 비해 훨씬 낮다.

한국 경제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한국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높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7%로 OECD 평균 약 1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둘째, GDP 대비 공적 연금 지출액 비율도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외에도 1인당 평균 공적 연금 급여액도 아주 형편없는 수준인데 일본의 5분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60대 이후 노인들의 공적 연금 급여가 취약하고 퇴직 후 수입원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60대 이후 노년층의 낮은 소비 성향과 소비 둔화가 소득 주도 성장 체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리 만무하다.

노인 빈곤을 해소하고 노인의 소비 성향 제고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정교한 사회 보장 제도가 마련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공적 연금 제도(국민연금)의 강화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동시에 단·중기적으로 사회 복지 지출을 중심으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객관적인 재정 여건을 볼 때, OECD 국가 중 한국의 재정수지는 그래도 상당히 건전해 재정 지출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재정 지출의 확대에 아주 인색해 결과적으로 재정 운용을 더 긴축적으로 가져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현 정부가 노동 정책, 사회 복지 정책, 새로운 산업 정책, 금융 정책 등 제반 정책들의 상호 보완성과 연계성 속에서 재정 정책을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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