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Ⅳ] <10> 이탈리아 피렌체-정광희
피렌체를 만든 풍성한 이야기… 광주도 그랬으면
2018년 09월 20일(목) 00:00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등 피렌체에는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 많다. 이들의 이야기는 가을의 풍성한 결실과 같은 지금의 피렌체를 만들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광희 작 ‘우피치 미술관’.

베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과정은 멈춰서 디테일하게 천천히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창밖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색의 문으로 어렵지 않게 들어간다.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풍경이 흐르고 나도 흘러 지나간다. 여행의 맛은 운수지행처럼 불평불만 없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피렌체 중앙역에 도착해 두오모 성당 인근에서 식사를 했다. 이탈리아에 와서 가장 자주 먹었던 피자를 또 먹었지만 마치 이곳 주민이 된 것처럼 조금의 거부감도 없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한 1년쯤은 김치 없이도 살 수 있겠다”며 동행에게 은근히 적응력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해 보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난 이곳 유럽이 체질 인가봐”라고도 말했다.

사실 작가로서 만권의 책과 만리의 여행은 내면의 힘을 갖게 하는 최고의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나는 진심으로 언젠가는 이곳 유럽에서 꼭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어찌 내가 태어난 곳에서 성장하고 일생동안 한곳에서 살아야 되는지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낯설고 이질적인 풍경과 평소 먹지 않은 음식의 맛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3일 동안 머무를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된 전통 건물로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아주 짧은 임시의 집이지만 짐을 풀어 놓고 씻을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졌다. 자유를 찾아 하늘을 나는 한 마리 새가 하늘을 계속 날수는 없어 나뭇가지 하나가 필요한 것처럼 떠나온 여행에서 잠을 편하게 잘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피티 궁’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할 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피렌체를 꼽은 건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메디치가 이야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 ‘냉정과 열정과 사이’였다. 메디치가 관련 책을 읽으면서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의 부의 축적과정, 특히 르네상스의 3대화가인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에게 큰 관심사항이었다. 뿐만 아니라 메디치가의 예술가들에 대한 후원자 역할과 수집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연인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의 배경이 된 피렌체의 풍경과 영화의 OST는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피렌체는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토스카나 전통 건축물들이 많아 도시전체가 한 시대에 만들어진 것처럼 하나로 보였다. 구조와 형태는 다르되 재질과 색채로 통일감을 주었다. 적어도 외관으로 볼 때는 신축 건물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도시 전체가 마치 박물관 같았다.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박물관인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피치 미술관은 메디치가에서 수집한 많은 작품을 기증한 이후에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관이 됐다. 작품은 봐도봐도 끝이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인 작품이 있었다.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이 그림의 모델은 당시 피렌체 최고 미인이었던 시모네타 베스푸치로 전해져 오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도 줄줄이 감상했다. 문득 나는 그림의 생명력은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가치가 높아지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꼽는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사연과 루브르 박물관에서의 도난사건이다. 이밖에 눈썹이 없는 이유 등 작품에 관한 숱한 이야기는 ‘모나리자’의 유명세를 더 견고하게 했다. 여기서 중요한 답을 하나 찾았다. 핵심 가치와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야기가 많을수록 회자되는 빈도수를 꾸준히 증가시킴으로써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 후세에 길이길이 남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우피치 미술관을 뒤로 하고 두오모 성당으로 이동했다. 인도를 포함한 모든 도로가 돌로 깔려 있어서 놀랐다. 광장과 건물 역시 돌로 이루어졌다. 두오모 성당을 포함한 뛰어난 건축물은 조각과 조각들로 이루어져 섬세한 조화를 이루는 풍만함을 주는 외부와 비교적 외부보다 심플하게 이뤄진 내부로 나뉜다. 이러한 구조는 경건함을 넘어선 그 무엇을 말해 주고 있었다. 피렌체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피렌체는 보따리에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는 도시라는 것을 알았다.

‘베키오 다리의 밤’
피렌체에는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족적을 남긴 유명한 인물이 많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브루넬레스키, 단테, 갈릴레오 및 메디치 가문은 세계적인 인물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숨결을 잠시나마 호흡하고자 피렌체를 찾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가을의 풍성한 결실처럼 지금의 피렌체를 만들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이미 좋은 시설을 갖추었다. 이젠 광주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정광희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서예전공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한국화 전공

-‘먹을 쌓다’(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광주)외 개인전 8회

-‘진공묘유’(眞空妙有·뉴욕)

‘Korea Tomorrow’(성곡미술관·서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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