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력사(高力士, 684-762)는 현재의 광동성에 해당하는 고주 양덕 출신이다. 환관으로 현종의 측근이 돼 영향력을 행사했다.

본명은 풍원일로 698년 환관으로 입궁했고 환관 고연복의 양자가 되어 성명을 고역사로 바꾸었다. 일찍이 임치왕 이융기의 측근이 되었다. 중종을 독살한 위황후 일파를 제거하고 태평공주 세력의 모반을 진압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융기가 712년 황제가 되니 커다란 권력을 쥐게 되었다. 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금오대장군 정백헌은 그의 생모가 사망하자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대성통곡하였다. 그가 높은 관직을 제수받았음은 물론이다. 장안의 보수사를 재건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는 비용을 보전할 방법으로 보수사의 새 종을 한번 치는데 10만냥을 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신임을 얻기 위해 많은 관리들이 앞다투어 종을 쳤다. 한 관리는 무려 20여 차례나 쳤다고 한다. 환관이면서 은밀히 처를 맞이했다. 하급관리 여현오의 딸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처로 삼았다. 이후 여현오 집안이 크게 번성했다. 불행히도 딸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사망 소식에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추모행렬이 몰려들었다. 발인하는 날 그의 집에서 발인장소까지 추모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현종의 두터운 신임하에 백관의 상주문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왠만한 조정사는 그의 선에서 처리되었다. 표기대장군의 직위에 올랐다. 현종은 감군제도를 만들어 환관을 파견해 지방군대를 감시하였고 중앙의 군대 통수도 환관에게 맡겼다. 그는 현종의 후계자 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태자 이영이 죽자 재상 이임보는 수왕 이모를 태자로 세울 것을 권하였다. 황제는 내심으로 충왕 이여를 마음에 두었다. 그러나 결정을 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었다. 잠도 잘 못자고 식사량도 줄었다. 고역사가 황제에게 그 이유를 묻자 황제는 “너는 우리 집안의 오래된 노복인데 어찌 나의 뜻을 헤아릴 수 없느냐?” 고역사가 답하기를 “태자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 아닙니까. 왜 이와 같은 일로 성심을 수고롭게 하십니까. 맏아들을 밀어서 세운다면 누가 감히 쟁론하겠습니까?” 이여가 태자로 결정되니 훗날의 숙종이다. 재상 장열의 퇴임에도 관여했다. 장열이 어려움에 처하자 형인 장광이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귀를 잘라가면서 황제에게 호소했지만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가 나서서 현종에게 용서를 빌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되었다.

천보 3년(744) 황제는 그에게 말하기를 “짐이 장안을 나가지 않은지가 10년이 되는데도 천하에 아무 일이 없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이임보에게 맡기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그가 답하기를 “천하의 대권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없는 것인데, 그의 위세가 이미 이루어지고 나면 누가 감히 다시 논의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황제가 기뻐하지 않자 “신이 정신병이 들어 망령된 말을 하였으니 마땅히 죽을 죄를 졌습니다.”고 사죄하였다. 이후 감히 천하의 일을 깊이 말하지 아니하였다. 740년 양귀비를 황제의 후궁으로 맞아들이도록 했다. 양귀비 일가의 세상이 되었다. 먼 친척오빠 양국충은 재상이 되고 40여 관직을 겸직하였다.

755년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장안 외곽 동관에서 정부군이 참패해 사천 방면으로 피난에 나섰다. 장안 서쪽 마외역에서 군인들이 들고 일어나 재상 양국충을 죽이고 양귀비의 처형을 요구했다. 황제는 “귀비는 항상 깊은 궁궐에 있었는데 어찌 양국충의 모반을 알았겠는가!” 고력사가 말하기를 “귀비는 진실로 죄가 없지만 장수와 병사들이 양국충을 죽였는데 귀비가 폐하의 옆에 있으니 스스로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고력사가 나서서 불당에서 귀비를 목매어 죽게 하였다. 756년 현종이 물러나고 태자 이여가 숙종으로 즉위했다. 그는 숙종의 환관 이보국의 탄핵을 받아 호남성 무주로 유배되었다. 현종이 762년 세상을 떠나자 7일동안 음식을 끊고 슬퍼하다가 죽었다. 후일 대종은 그의 충성을 높이 사 양주대도독의 관위를 추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