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령(張九齡, 678-740)은 소주 곡강 출신으로 자는 자수다. 문재가 뛰어난 인물로 현종 개원 시기의 명재상이다.

한나라 유방의 참모 장량의 후손으로 어려서부터 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13세때 쓴 글을 보고 광주자사 왕방경이 극찬했다고 한다. 그는 재상을 역임한 장열의 문하생으로 문단에 명성을 떨쳤다. 현종 시대의 마지막 문인 재상으로 진사과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온 진사파(進士派)의 맥을 이었다. 문벌파의 대표격인 이임보와 격렬한 파벌 싸움을 벌였다. 702년 측천의 총애를 받은 장역지, 장창종 형제가 중신 위원충 등을 모함하는 일과 관련되어 영남지역에 유배되기도 했다. 다시 관직에 복귀해 비서랑과 좌습유가 되었다. 재상 요숭에게 상소를 올려 문벌 대신에 재능에 입각해 관리를 등용할 것을 건의했다.

716년에는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장안이 수도인 당나라는 식량 등 주요 물자를 강남 지방에 의존하고 있어 남북 교통이 중요한 과제였다. 매관고도(梅關古道)라는 길을 건설한 공으로 영남제일인(嶺南第一人)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소숭과 한휴가 그만두자 733년 배요경과 함께 재상에 발탁되었다. 경제전문가인 배요경과 문인관료 장구령은 뜻이 잘 맞았다. 그는 뛰어난 문재와 식견을 바탕으로 황제가 주재하는 경학과 경연에서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재상이 되어 악전(惡錢) 주조 문제와 관련하여 백성들이 스스로 돈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대책을 내놓았다. 경제전문가인 배요경은 한번 백성들에게 주조를 허용하면 불량한 돈이 더욱 넘쳐나게 될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민간의 동전 주조 금지책이 유지되었다.

그는 끊임없이 군주에게 간언했다. 전임 재상인 한휴가 쉬지 않고 간언하는 바람에 현종에게 버림받은 사실을 무시했다. 이로써 현종의 불만이 쌓여갔다. 특히 문학적 재능이 없고 과거를 거치지 않은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심했다. 734년 현종이 황족의 일원인 예부상서 이임보를 재상급으로 발탁하려 하자 단호히 반대했다. “재상이란 나라의 안위가 걸린 자리인데 폐하께서 그를 재상으로 삼으신다면 신은 훗날 종묘와 사직에 근심거리가 될까 두렵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임보는 736년 중서령이 되어 재상의 직위에 오르게 된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장황과 장수 형제의 처리 문제를 놓고 이임보와 대립하였다. 장구령은 효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는 동정론을 편 반면 배요경과 이임보는 이와 같이 처리하면 국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제는 배요경과 이임보의 주장을 수용했다. 736년에는 이전 시대에 일어나고 망한 근원을 서술한 천추금경록 5권을 저술해 황제에게 바쳤다. 삭방절도사 우선객의 기용 문제와 관련해서 황제와 갈등이 생겼다. 현종이 그의 공을 높이사 상서를 더해주려 하자 반대했다. “상서는 옛날의 납언으로 오직 이전의 재상과 덕망이 있는 사람만 임용했습니다. 우선객은 하급직인 서리에 불과한데 그를 갑작스럽게 중용한다면 조정에서 수치스럽게 생각할까 두렵습니다.” 이임보가 말하기를 “우선객은 재상의 재목인데 어찌 상서에 있게 할 것입니까?” 이 일로 장구령에 대한 황제의 분노가 커졌다. 736년 황제는 당파를 만든다는 의심을 갖고 배요경과 장구령을 내치고 이임보를 재상으로 발탁했다. 이후 지방으로 좌천되는 등 요직에서 멀어졌다. 740년 세상을 떠나니 문헌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후일 정직을 숭상하는 재상으로 평가되었다.

그는 일찍이 안록산의 난을 예견했다. 736년 해와 거란을 토벌하는 싸움에서 평로토격사 안록산이 크게 패했다. 유주절도사 장수규가 그를 참수할 것을 주장했다. 장구령은 “안록산은 군율을 어겨서 군대를 잃었으니, 법에서는 죽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신이 그의 용모를 관찰하니 반란을 일으킬 관상이니,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훗날에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현종이 그를 사면했는데 이십년 뒤 안록산의 난으로 사천으로 도망가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장구령의 안목이 뛰어남을 보여주는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