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玄宗, 685∼762)은 개원지치(開元之治)를 구현했으나 말년 도교와 향락에 빠져 안록산의 난을 초래했다. 선명후암(先明後暗)의 대표적인 황제로 평가된다.

본명은 이융기(李隆基)로 예종의 3남이다. 일찍이 임치왕으로 봉해졌다. 그가 역사의 전면에 나선 것은 측천황제 퇴위 후 황제로 복귀한 중종의 암살 사태였다. 중종비 위황후는 딸 안락공주와 공모해 710년 중종을 신룡전에서 독살했다. 중종의 아들 이중무가 황제가 되자 황태후로 존숭되었다. 예종 이단과 그의 여동생 태평공주와 조정을 양분했다. 예종 일파를 제거하려는 위황후의 음모에 맞서 이융기는 설숭간, 진현례, 갈복순 등과 연합해 승리했다. 위황후 일파가 제거되자 이단이 다시 황제가 되었다. 태평공주가 실세가 되어 조정을 좌지우지했다. 712년 예종이 퇴위하고 이융기가 황제가 되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공훈이 있는 자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로 장자인 이성기를 제치고 제위에 오른 것이다. 712년 태평공주 일파를 처형하고 본격적인 친정에 나섰다. 위대한 개원성세가 시작되었다.

일차적으로 황제 권력 강화에 나섰다. 위황후와 태평공주 제거에 공을 세운 중신들을 숙청했다. 태평공주의 음모를 고발한 최일용, 유유구, 왕거를 지방으로 내쫓거나 강등시켜 힘을 뺐다. 실세로 부상한 왕거를 지방으로 좌천시켜 세도정치의 부작용을 방지했다. 정권 초기 요숭과 송경이라는 걸출한 두 재상이 황제를 보좌했다. 요숭은 위기에 잘 대처했고 송경은 법을 잘 지켜 정의를 보존하였다. “당대의 재상으로 이전에는 방현령과 두여회를 꼽고, 후에는 요숭과 숭경을 꼽으니 이들과 겨를 사람 달리 없다. 두사람이 뵈러 들어갈 때마다 황제는 번번히 일어서서 맞이하고, 물러갈 때는 난간까지 나가서 보냈다.” 자치통감에 있는 기록이다. 요숭은 10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고 국정개혁에 팔을 걷어부쳤다. 부패·무능 관리들을 속아내고 사찰과 도교사원을 과감히 정비했다. 송경은 덕정을 베풀어 “따뜻한 선정을 펴는 관리”로 평가받았다. 유각양춘(有脚陽春)이라는 고사가 여기서 유래했다. 이후에도 소정, 장열, 장구령과 같은 문사들이 재상으로 활약했다. 현종시대 34명의 재상이 임명되었다. 장열은 측천시대 흠주로 유배됐던 맹렬지사였다. 중서성과 문하성을 중서문하성으로 합쳐 행정 효율을 높혔다. 군인도 20만명 줄였다. 징병제를 도입해 군대도 개편했다. 조운의 개량과 둔전의 개발에 나섰다. 돌궐, 토번 등 변경세력을 토벌해 국경의 안정을 도모했다.

재위 후반기에 접어들자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다. 736년 일족인 이임보가 재상이 되었다. 구밀복검(口蜜腹劍). 입에 꿀이 있고 뱃속에 칼이 있다는 고사처럼 이임보의 20년 가까운 권력장악은 당 조정을 음모와 부패의 온상으로 변질시켰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귀족이 주로 취임했던 지방 절도사에 외국인 출신을 허용했다. 혼혈인 잡호 출신 안록산이 실세로 등장했다. 양귀비가 후궁이 되자 정사를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도교에 빠져 사원에 막대한 돈을 썼다. 양귀비의 오빠 양국충이 새로운 실세가 되면서 이임보와 양국충의 갈등이 심해졌고 이임보 사후 양국충의 전횡이 이어졌다. “군왕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양귀비에 대한 총애에 비례해 정치는 나락에 빠졌다.

매년 겨울에는 여산 온천궁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744년 확장공사를 실시하고 화청궁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양귀비의 세 언니가 누리는 사치가 황궁에 비견될 정도였다. 사회적 과소비가 왕조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평로, 범양, 하동 3도의 절도사를 겸한 안록산이 755년 “간신 양국충을 토벌한다”는 명분하에 하북에서 거병했다. 장안 외곽의 동관이 무너지자 현종은 사천성으로 도망쳤다. 장안 서쪽의 마외역에서 양귀비와 양국충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시인 두보의 시 억석(憶昔)에 “개원의 전성시대를 되돌아보니 작은 마을에 만호의 집이 있네”라는 구절이 있다. 현종의 말로는 지극히 비참했다. 초심을 잃은 지도자의 예정된 귀결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