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부(李義府, 614-666)는 당 태종과 고종 때의 대표적인 간신배다. 무측천이 황후가 되는데 일익을 담당해 신임을 받았으나 부패 혐의로 유배 중 죽었다.

634년 문하성 의전 담당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태종의 9남 진왕 이치의 참모가 되었다. 황태자 이승건이 각종 기행으로 쫓겨나고 이치가 장손무기, 저수량 등의 지원에 힘입어 새 황태자가 되었다. 그는 문장이 뛰어나 승화잠(承華箴)을 써 태종으로부터 비단 40필을 상으로 받기도 했다. 태종의 명을 받아 사서 편찬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치가 고종으로 즉위한 후 중서성의 중서사인이 되었고 당 왕조 역사 저술 업무도 담당했다. 고종은 왕황후를 폐하고 소의 무측천을 황후로 발탁코자 하였다. 고명대신의 반발이 거샜다. 특히 태종 임종시 유지를 받든 저수량의 반대가 완강했다. “황제께서 황후를 바꾸시려면 천하의 명문가에서 뽑아야지, 하필 무씨입니까. 무씨가 태종을 모신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장손무기에게 밉보여 사천성 벽주로 좌천될 예정이던 이의부는 숙직하던 중 궁궐에서 표문을 올려서 “왕 황후를 폐위시키고 무소의를 세워 억조창생의 마음을 만족시켜 줄 것”을 청하였다. 고종은 그를 불러 구슬 1말을 주고 옛 직책에 그대로 머물러 있게 하였다. 무측천은 그를 격려하고 중서시랑으로 승진시켰다. 656년 참지정사가 되었다. 용모가 온화하고 공손하며 다른 사람과 말하면서 즐겁고 기쁘게 미소 지었으나 교활하고 음험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미소 속에는 칼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고사가 여기서 탄생했다. 부드러움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니 살쾡이 같다 하여 이묘(李猫)라고 불리었다.

그는 황제의 신임을 믿고 전횡을 하였다. 낙주 출신의 여인 순우씨가 감옥에 갇혔는데 대리시승 필정의에게 부탁해 그녀를 석방해 첩으로 삼고자 하였다. 대리중 단보현이 이를 문제삼아 상소문을 올렸다. 황제가 유인궤에게 국문토록 하니 필정의를 압박해 옥중에서 목매 죽도록 하였다. 황제가 그의 재주를 아껴 불문에 부쳤다. 657년 중서령을 겸하였다. 허경종과 공모해 시중 한원, 중서령 저수량이 불충한 짓을 도모한다고 상주해 고명대신 저수량을 익주자사로 쫓아냈다. 매관매직과 불법을 자행했다. 모친과 처 그리고 아들과 사위들이 관직을 팔고 송사에 개입했다. 파벌을 만들어 조정을 좌지우지했다. 중서령 두정륜과의 갈등이 심해 황제 앞에서 서로 다투었다. 황제는 두정륜을 황주자사로 이의부를 보주자사로 내려보냈다.

659년 겸이부상서·동중서문하삼품으로 중앙에 복귀했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형이나 삼촌이 된 집안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인척인 급사중 이숭덕이 소원해지자 죄를 얽어매서 하옥시켜 자살토록 하였다. 663년 우상이 되어 관리 선발에 깊이 관여하였다. 측천황후의 권세를 믿고 매관매직에 전념해 선발이 불공정하다는 비난이 자자했다. 고종은 이 소식을 듣고 “경의 아들과 사위가 많은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내가 오히려 경을 위해 덮어주겠으니 경은 의당 그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오.”라고 경고했다. 그가 얼굴색이 변해 자리를 떠나니 황제가 노여워하였다. 점술가 두원기가 “사는 집에 감옥의 기운이 있으니 20만 전을 쌓아라”고 권하니 재물을 긁어모았다. 장손무기의 손자 장손연에게 돈 700민을 받고 사진감으로 제수하였다. 우금오 양행영이 이를 고발하니 투옥되었다. 유상도를 시켜 국문케 하고 사공 이적에게 감독하라고 명하였다. 결국 사천성 수주로 유배되고 그의 아들 이진도 진주로 유배되었다. 다른 아들과 사위도 모두 제명되어 정주로 유배되니 조정에서 모두들 경사가 났다고 환호하였다. 666년 고종은 대사면을 하였는데 장기 유배형에 처한 사람을 제외하였다. 그는 자신이 배제되자 화병이 나 죽었다. 그가 유배된 다음부터 조정의 중신들은 다시 조정에 복귀할까봐 마음을 졸였는데 죽었다는 소식에 모두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는 허경종과 함께 측천의 측근으로 공을 세웠으나 교만과 탐욕으로 가문의 몰락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