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공주(太平公主, 665?∼713)는 고종과 측천무후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장간지의 쿠데타에 가담해 당 왕조 부활에 기여했다. 말년에 여황제를 꿈꾸다가 죽임을 당했다.

8살 때 측천의 생모 양씨가 죽자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태평공주로 불리기 시작했다. 측천의 성격과 기질을 빼닮았다. 681년 고종의 외조카 설소와 혼인했는데 그가 황실의 일원인 이충의 역모에 연류돼 옥사하자 690년 무유기와 재혼하였다. 690년 측천이 무주 왕조를 세우자 정사에 관여했다. 그녀는 장역지와 장창종 형제를 천거해 궁궐 안에 들어와 시중들게 하였다. 나이가 어리고 자태와 얼굴이 아름다웠으며 음악을 잘해 측천의 총애를 입었다. 혹리 내준신에게 밉보여 여러 친왕들과 함께 모반죄로 무고를 당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는데 측천이 길욱의 간언을 받아들여 내준신을 기시(棄市)토록 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났다.

705년 장간지의 쿠데타로 중종이 황제가 되자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황제는 그녀에게 진국태평공주라는 칭호를 덧붙여 주었다. 식읍도 늘어나 1만호가 되었다. 중종비 위황후는 딸 안락공주 처가인 무삼사 집안과 결탁해 조정을 쥐락펴락했다. 조정은 위황후와 무삼사 세력과 상왕 이단과 태평공주 세력으로 양분되었다. 710년 6월 위황후와 안락공주가 신륭전에서 중종을 독살했다. 온왕 이중무가 즉위하고 위황후는 황태후로 존숭되었다. 위황후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안락공주와 측근 종초객이 음모를 꾸몄다. 상왕의 아들 이융기는 고모인 태평공주와 상의해 선제공격키로 결정했다. 아들 설숭간을 보내 이융기, 종소경, 유유구, 갈복순 등과 함께 위씨 토벌작전에 나섰다. 이융기 일파 작전이 성공해 위황후는 궁중에서 죽임을 당하고 안락공주는 집에 들이닥친 병사들에게 살해당했다. 상왕 이단이 다시 황제가 되었다.

예종의 복위에 그녀는 주역을 맡았다. 그녀가 입궐하지 않으면 재상이 그녀의 집에 찾아가 조정 일을 상의하였다. 예종도 재상이 정사를 보고하면 “태평공주와 의논했는가”라고 물었다. 예종으로서는 뒤를 이을 황태자 선정이 지난한 과제였다. 장남 이성기와 셋째 아들 이융기 중 한명을 택해야 했다. 이성기는 정국의 흐름을 읽고 태자 지위를 동생에게 양보했다. “나라가 평안할 때는 장자를 세워야 하지만 나라가 어려울 때는 공훈이 있는 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융기가 황태자가 되자 태평공주와의 권력 쟁탈이 시작되었다. 양측은 조정대신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녀는 “머지않아 황태자가 폐립될 것이다”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측근으로는 두회정과 승려 혜범과 같은 모사꾼이 많았다. 두회정은 위황후의 유모를 처로 삼은 인물로 전형적인 간신배였다. 이융기 측은 태평공주를 동도 낙양으로 옮기도록 예종에게 건의했으나 우유부단한 예종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조정의 혼란이 더 심해졌다. 결국 712년 예종은 이융기에게 양위하고 자신은 상왕이 되었다. 그러나 재상급 7명 가운데 5명이 태평공주파일 정도로 양측은 호각지세였다. 두회정, 소지충, 잠희, 최식, 육상선이 그들이다.

그녀는 황제를 폐하려고 했다. 형주자사 최일용이 입궐해 아뢰기를 “태평공주가 반역을 꾀한지 오래입니다. 지금 조서 하나만 내리면 누가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간악한 사람들이 뜻을 얻게 되면 그것을 후회한들 어찌 따라잡겠습니까?” 712년 3월 중신 위지고가 공주의 쿠데타 계획을 알렸다. 황제는 마침내 그들을 죽이기로 결단하였다. 상원해, 이자, 소지충, 잠희를 목베었다. 두회정은 달아나 도랑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목매 죽었다. 그 시체를 참수하고 성을 독(毒)으로 고쳤다. 변고의 소식을 들은 상왕은 “지금부터 군국의 정치와 형벌은 한가지로 황제의 조치를 받도록 하라”고 명해 황제를 지지하였다. 태평공주는 달아나 산속에 있는 절로 피신했다. 사흘만에 나와 사면을 요청했으나 거부돼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의 집을 적몰했는데 패물과 돈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진귀한 재화가 궁전의 창고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