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케케묵은 ‘색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사용에 제동을 거는 것도 모자라 평창 동계올림픽에 ‘평양 올림픽’이라는 딱지까지 붙인 것이다. 평화를 상징해야 할 올림픽 정신이 국내 정치권에서는 묘하게 색깔론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지원에 합의해 놓고 뒤늦게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 데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을 위한 의도가 있을 것이다.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지난 2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이다. 이날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는 ‘좌파’란 말이 17차례, ‘사회주의’ 4차례, ‘좌파 국가주의’가 5차례나 언급됐다.

‘민생’과 ‘경제’도 없고, 보수층이 바라는 새로운 보수의 방향에 대한 제시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철 지난 색깔론 공세’ ‘빨갱이 장사 질리지도 않나’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홍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을 몰고 온 조지프 매카시 전 연방 상원의원이 떠올랐다. 1946년에 위스콘신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매카시는 로비스트로부터의 금품 수수, 경력 위조 등으로 인해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렸다. 정치 생명이 끝난 것으로 여겨졌던 매카시는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공산주의 명단이 있다”고 국민의 시선을 ‘반공’(反共)으로 돌리면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고 반대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현 정부의 과거 ‘적폐 청산’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치적인 위기를 모면해 보자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고 국민의 정치적 의식이 성숙한 지금 ‘색깔론’은 이제 정치권에서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나.

지역주의와 색깔론에만 안주했던 보수 정치권도 이제는 새로운 지도력 구축과 인적 구성의 다변화를 통해 한국 보수 교체에 나섰으면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cki@